[책속의 이 한줄]“남녀 뇌구조 차이 없어… 性역할 구분 점차 사라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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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여성이 승진하고 힘을 쥐는 걸 좋게 보지 않는다. 성취 지향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반발을 낳는다. -젠더, 만들어진 성(코델리아 파인·휴먼사이언스·2014) 》

최근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두 달간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가 여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화제가 되진 않았을 거다. “남성은 육아에 적합하지 않게 진화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 결정이 더 주목받은 게 아닐까.

남녀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건 어느새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성은 목표 지향적이어서 이성적, 계산적이며 여성은 관계 지향적이기 때문에 감성적, 이타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에는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고 둘을 구분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저자는 이 믿음의 과학적 근거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 간다. 예를 들어 언어, 수학 능력을 평가할 때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선택하는 질문 하나만 있어도 답변이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남성이라고 인식한 실험자는 수학에는 강하고 언어에는 약한 결과를 보였다. 여성이라고 인식한 실험자는 반대의 결과를 받았다. 반면 성별에 대한 선택지가 없는 실험자들의 답변 결과에서는 남녀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남성이 수학에 강하다는 믿음이 작동하는 순간 실제 성취도가 이를 반영하는 쪽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란색이라는 믿음은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과학이라고 믿었던 상식을 공격한다.

저자의 주장이 옳다면 사회에 존재하는 남녀의 차이는 사회문화적 결과물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저자는 “사회가 천천히 변하듯 남성과 여성의 자아, 능력 등도 변한다”라고 말한다. 남성이 등하교 도우미를 하고 육아휴직을 내는 것 같은 작은 변화가 점차 사회를 남녀 구분 없는 모습으로 바꿀 것이라는 게 저자의 믿음이다. 우리는 어떤지, 여전히 ‘남녀 차이는 본질적’이란 믿음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성역할#뇌구조#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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