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月50만원 청년수당’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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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실패 청년들 사기 높이기”… “용돈주기式 포퓰리즘” 비판도

서울시가 5일 발표한 이른바 ‘청년수당(구직 활동비)’ 지급 계획은 잇단 취업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는 청년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약 50만 명의 ‘사회 밖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한 채 ‘니트(NEET·일하지도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족’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직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 프랑스 ‘청년보장’ 벤치마킹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총가구 중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겨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60% 이하인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이다. 월소득이 1인 가구 기준 94만 원, 2인 가구 160만 원, 3인 가구 206만 원 이하인 청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구직활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 근무시간에 따라 지원이 제한된다. 서울시는 내년 1월까지 구체적인 지원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지만 1주일에 15시간 미만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만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서울시의 구직활동비 지원사업은 프랑스의 ‘청년보장’ 제도와 흡사하다. 프랑스는 구직활동과 직업교육 참여를 약속한 18∼26세 청년들에게 월 452유로(약 57만 원)의 ‘알로카시옹(Allocation·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직접적인 구직활동을 반드시 요구하지는 않는다. 자활 의지가 확인된 청년들에게도 지원금을 준다는 점에서 프랑스 청년보장제와 다르다. 청년 구직자가 월 50만 원을 지원받으려면 ‘활동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역 자원봉사센터에서 공공활동을 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직업교육을 받겠다는 내용 등을 담으면 된다.

이는 취업을 포기한 채 지내는 청년들을 일단 사회활동의 영역으로 끌어낸 뒤 자신이나 공공을 위한 활동을 하라는 취지다. 이계열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청년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게 사업의 근본 목적”이라고 말했다.

○ 포퓰리즘 논란, 예산 확보가 걸림돌

서울시의 ‘청년수당’ 신설로 청년 일자리 정책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성남시는 9월 ‘청년배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제는 3년 이상 지역에 거주한 만 19∼24세 청년들에게 분기당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이런 내용의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을 9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성남시의 정책과 확연히 다르다는 의견이다. 성남시가 모든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는 ‘무차별 복지’라면 서울시는 자활 의지와 공공활동을 까다롭게 심사해 구직 활동비를 지원하는 ‘선별적 지원’이라는 것. 도입 절차도 다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청년을 위한 사회복지 차원이라 보건복지부와 제도 도입 여부를 협의해야 한다. 반면 서울시는 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에 가까워 조례만 개정하면 정부와 협의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해당 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파악해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되는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상황에 따라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산 확보 과정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송재형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새누리당)은 “‘용돈 주기식’ 정책은 매우 포퓰리즘적”이라며 “의회 논의를 거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으면 예산심사 때 도입을 막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이철호 기자
#서울시#청년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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