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코스’서 현대차의 미래가 달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성능차 개발센터 국내 첫 르포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고성능차 전용 트랙에서 고성능 콘셉트카 ‘RM14’가 바닥에 물기가 흥건한
 저마찰 주행 시험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총 552억 원을 들여 7월 고성능차 전용 트랙인 R&H 신설시험로를 
완공했다.현대자동차 제공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고성능차 전용 트랙에서 고성능 콘셉트카 ‘RM14’가 바닥에 물기가 흥건한 저마찰 주행 시험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총 552억 원을 들여 7월 고성능차 전용 트랙인 R&H 신설시험로를 완공했다.현대자동차 제공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연구소 내 고성능차 전용 워크숍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BMW 고성능차 ‘M4’가 보였다. M4가 향후 나올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후속 모델 중 고성능차 버전의 경쟁 모델이 될 것인 만큼 M4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들여놓은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제네시스 쿠페의 고성능 개발 모델 뒷부분엔 ‘액티브 스포일러’가 달려 있었다. 김재권 현대차 파트장은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1초 이내에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작동해 공기 흐름을 바꿔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아래로 깔아주는 효과를 낸다”며 “현재 양산차 중 액티브 스포일러를 장착한 브랜드는 맥라렌, 포르셰, 아우디(‘RS5’) 등 고급 스포츠카에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 1200억 원 이상 투자한 고성능차개발센터

현대차는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2017년 선보일 고성능 브랜드 ‘N’을 처음 공개했다. N은 남양연구소 및 험난한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른부르크링 서킷의 앞글자다. ‘남양에서 시작한 기술이 뉘른부르크링에서 완성된다’는 의미다. 동아일보는 언론사 최초로 현대차 고성능차개발센터를 방문해 N카의 개발 상황과 방향을 취재했다.

폴크스바겐 ‘골프 GTI’와 영국 스포츠카인 로터스 ‘에보라’도 보였다. 골프 GTI는 첫 ‘N카’의 경쟁 모델이다. 현대차는 ‘i30’의 동력성능을 강화한 고성능 버전을 첫 ‘N카’로 선보인 뒤 향후 ‘골프 R’에 대적할 신규 엔진을 단 i30 기반 고성능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에보라는 엔진이 뒷바퀴축 바로 앞(미드십 엔진)에 있는 차다. 김 파트장은 “트랙 주행에도 용이한 슈퍼 스포츠카를 개발하기 위해 로터스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현대차 ‘벨로스터’를 개량한 ‘RM15’와 ‘RM14’ 콘셉트카가 미드십 엔진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7월 출범한 고성능차개발센터는 부품을 개량·교체하는 워크숍, 고가 장비를 이용해 실내에서 차량을 시험하는 R&H(라이드 앤드 핸들링) 성능개발동, 고성능차 전용 트랙인 R&H 신설시험로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는 인프라 구축에만 12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워크숍에서 개조된 차량은 R&H 성능개발동에서 시험을 거친다. 특히 눈에 띈 장비는 ‘롤러 벤치’였다. 바닥에 지름이 3m인 대형 롤러를 깔아 평지를 구현한 뒤 그 위에 차를 세우는 설비다. 롤러는 바닥재를 바꿔가며 다양한 노면을 구현하도록 했고, 방음벽을 설치해 외부 소음은 철저히 차단했다. 박호준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롤러 위에서 차를 운행해 타이어 소음과 승차감을 평가한다”며 “일반 차량은 통상 100km 정도까지 실험하지만, 이곳에선 시속 250km 이상까지 면밀히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고성능차개발센터의 백미는 7월 완공된 R&H 신설시험로였다. 시속 200km에서 스티어링 휠을 마구 꺾어가며 회전력과 자세제어력 등을 시험할 수 있는 다목적 핸들링 시험로는 면적이 약 13만 m²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높은 언덕과 급격한 코너 때문에 ‘지옥의 코스’로 불리는 독일 뉘른부르크링 서킷을 구현한 고속주행 시험로, 물을 뿌려 바닥을 미끄럽게 만든 저마찰 주행 시험로로 구성했다.

현대차는 고성능차 전용 트랙이 없을 땐 국내외 외부 서킷에서 차량을 테스트해야 했다. 신형 ‘제네시스’를 테스트할 때도 주로 해외로 갔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거친 테스트가 가능해졌다.

○ “2017년 출시할 고성능차 동력계 개발 끝내”

현대차가 고성능차개발센터를 구축하게 된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정 부회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성능차 개발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고성능차개발센터 인력 구성과 투자 결정을 내렸다. 또 개발한 차량을 직접 시승한 뒤 시승평을 연구진에게 전달하는 등 개발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차는 고출력 엔진, 경량 차체, 고강도 섀시, 공기 역학, 무게 중심, 시트 등이 융합된 기술의 집약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고성능차 개발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 “BMW 맞먹는 고성능車, 합리적 가격에 내놓을 것” ▼

현대 ‘N카’ 개발센터 르포


메르세데스벤츠는 기존 고성능 모델 라인업이던 ‘AMG’를 ‘메르세데스AMG’라는 세컨드 브랜드로 격상시켰다. BMW는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고성능차 ‘i8’을 선보이며 친환경 기술을 접목했다. 도요타는 2000년대 들어 고성능차 투자를 축소했다가 2010년부터 다시 렉서스 ‘LF-A’, 렉서스 ‘RC-F’ 등 고성능차 라인을 내놓고 있다.

박준홍 고성능차개발센터장(전무)은 “C세그먼트(준중형)에서 시작해 B(소형), D세그먼트(중형) 등으로 고성능차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2017년 나올 고성능차는 이미 엔진, 변속기 등 동력계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전륜 및 후륜구동 고성능차, 미드십 엔진을 기반으로 한 슈퍼 스포츠카 등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며 “최근 쇼카 ‘N 2025 비전 그란투리스모’에서 선보였듯 수소전지의 모터 출력과 고성능 내연기관을 결합해 800마력 이상을 내는 슈퍼카도 장기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월드랠리 챔피언십(WRC)과 차이나 투어링카 챔피언십(CTCC) 등 국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면서 이런 대회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고성능차에 적용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BMW에 맞먹는 고성능차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아 일반인도 고성능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화성=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지옥#코스#현대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