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택시 5만대 감차 사실상 무산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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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개선 위한 구조조정 계획… 정부, 시한 10년→20년 늦춰 논란

택시업계의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택시의 약 20%인 5만 대를 줄이려던 정부의 택시 감차(減車) 계획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감차를 추진하려던 계획을 바꿔 20년에 걸쳐 택시 수를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실성 없이 세워진 정부의 정책 때문에 앞으로도 오랜 기간 택시 공급 과잉과 요금 인상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택시 감축 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도록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택시업계가 택시 감차에 대한 보상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택시발전법은 과잉 공급된 택시를 줄여 택시 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제정됐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이른바 ‘택시법’이 2013년 1월 이명박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뒤 현 정부가 마련한 대안이다. 올해 1월 이 법이 시행된 후 시범사업지역인 대전은 지난달 말까지 연간 감축 목표인 167대 중 44대를 줄였다. 나머지 지자체들은 감차 규모와 보상금을 현재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감차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한 이유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10년 안에 택시 5만여 대를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퇴출되는 택시 한 대당 1300만 원의 감차 보상금을 3 대 7 비율로 지원해야 한다. 택시 면허를 남발한 지자체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예정대로 5만 대의 택시를 줄이려면 보상금으로만 총 6500억 원이 필요하다.  
▼ 감차 미뤄져 수익 악화땐 요금인상 우려 ▼

택시 구조조정 시한 연장

하지만 지자체들은 “지방재정에서 택시산업 구조조정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며 보상금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보상금과 택시면허 실거래가의 차액을 부담하기로 한 택시업계도 거액의 출연금을 내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택시면허 실거래가는 대당 7000만∼8000만 원이다. 택시 한 대를 줄이려면 정부의 감차 보상금 1300만 원을 빼고도 택시업계가 6000만 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정부가 2013년 초 ‘택시법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당초 현실성이 떨어지는 감차 보상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지자체와 택시업계에서 감차 보상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감차 기간을 짧게 잡고, 감차 대수는 줄인 현실적 계획을 세워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택시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기도 전에 택시 감차 기간이 2배로 늘어나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택시산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택시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감차 기간을 늘리는 안에 계속 반대했는데 정부가 기간을 늘려 버렸다”며 “택시를 감축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택시 감차 지연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한 광역자치단체의 택시 담당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택시회사들이 현행 요금 수준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감차 연기에 따른 수익 악화가 지속되면 업계의 요금 인상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택시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몇몇 지방에는 경영이 어려워 감차를 원하는 법인택시들이 있는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감차를 서두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한 지자체 산하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개인택시면허 양도를 철저히 막으면 자연스럽게 택시가 감차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상훈 기자
#택시#감차#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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