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붐비던 ‘둥관’ 인적 끊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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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中國 현장 르포] 6000명 일하던 공장 폐쇄… 외국기업 잇단 철수
수출-내수 동반부진속 인건비 상승, 실물경제도 불안… 증시 2.5% 급락

1일 오후 중국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 시의 노키아 휴대전화 공장. 작년까지만 해도 6000여 명이 근무했던 공장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변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때 연간 1억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해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둥관 내에서도 최대 수출업체로 꼽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젠 공장 주변 버스정류장 이름에만 예전의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내수 부진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올해 초 중국 공장을 폐쇄했다. 이 지역에서 만난 주민 왕(王)모 씨는 “지난해부터 둥관 지역에서 외국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로 중국에서 문을 닫는 유통업체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중국 전역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포 12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세계의 공장’ ‘인류 역사상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불렸던 중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과거 경기 침체나 위기 때마다 글로벌 경제의 구원자 역할을 했던 중국의 기존 위상은 사라졌다. 중국은 지난주 70주년 전승절 행사로 세계를 향해 군사·외교적 ‘하드 파워(hard power)’를 과시했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국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반세기 이상 이어온 체제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승절 행사로 이틀간 휴장하고 4일 만에 개장한 중국 증시는 7일에도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2.5%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중국 경제의 불안이 또 다른 글로벌 위기의 출발점인지, 중국의 일시적인 성장통인지에 대해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중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성장둔화를 이어간다면 한국은 단순히 대중(對中) 수출이 줄어드는 것 이상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과 구조개혁은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이라며 “중국발 쇼크에 대비해 대기업 등 기업부채 전반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은 과잉투자에 의존해온 경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발 쇼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도 단기적으로는 재정·통화 정책으로 경기 충격을 막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조정,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특별 취재팀 》


▽팀장=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팀원=유재동 경제부 기자

베이징·상하이=정임수 경제부 기자

둥관·선전=김재영 경제부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둥관#차이나쇼크#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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