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다른 목소리 용납 못하는 ‘닫힌 野’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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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정치부
한상준·정치부
26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이동학 혁신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주장과 그 배경에 대해 언제나 적극적으로 설명했던 이 위원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날 이 위원은 페이스북에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과 시기적으로도 민감한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사과드린다”고 했다. 기자가 그 배경을 물었지만 이 위원은 침묵했다. 그러나 당에서는 “쏟아지는 내부 비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이 위원은 86그룹의 용퇴를 주장했고,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며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각을 세웠다.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당 지도부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당 주류 의견과 다르다고 해도, 건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기득권의 벽은 높았다. 이 위원의 주장은 허공의 메아리가 됐다.

“적지로 출마하라”는 이 위원의 요구에 86그룹 의원들은 대부분 침묵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장에 친노 진영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 녀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86그룹의 한 의원은 “이 위원에게 ‘그렇게 튀려 하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젊은 혁신위원의 의견을 건전한 논쟁으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당 관계자는 “이 위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 등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에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래인 2030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뜻에서 나를 혁신위원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던 이 위원은 혁신위원 10명 중 유일하게 각종 현안에 대해 소신 있는 의견을 냈다.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 위원은 “우리 당이 그렇게 꽉 막힌 집단은 아니다”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 위원은 결국 ‘공개 사과’를 해야만 했다. 이것이 차기 집권을 꿈꾼다는, 자칭 ‘열린 정당’인 새정치연합이 내부의 쓴소리와 젊은층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
#다른목소리#용납#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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