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표 찌르는 北기습 대비해 한미 작전계획 다시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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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가라앉았다지만 북한이 준(準)전시상태에서 드러낸 군사적 기습공격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북의 잠수함 50여 척이 기지를 떠나 동시에 한미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 국방부에서도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보고 한반도 전쟁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의 작전계획 재검토와 관련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한미 간에 현재의 작전계획에 대해 재검토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선 없다”고 말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답변이다. 한미가 연례적으로 하는 연합 방위계획 업데이트를 최근에 이미 마쳤다는 설명이지만 북의 전략에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반영해 보완해야 마땅하다. 안보 수장이 북에 의표를 찔리고서도 즉각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등을 세워놓고 이를 안보 현실에 맞게 매년 보완한다. 작계 5027은 전면전 발발 시 병력 69만 명, 항공모함 5척,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500여 대 등을 파견하는 것이 골자라고 한다. 이런 대규모 증원전력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는 국군과 주한미군만으로 북에 맞서야 한다. 이를 간파한 북은 미국이 본격 개입하기 전에 서울 등 남한의 핵심 거점들을 최단시간에 기습 점령하는 전략을 세우고, 기습작전을 시도할 능력을 갖춘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우리 군은 북의 속전속결 시나리오 등을 감안해 전쟁계획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사이버 공격 등 예상 가능한 모든 남침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이 이번에 잠수함 공기부양정 특수전 병력 등 3대 핵심 침투전력을 동원한 것도 매뉴얼에 따른 것이겠지만 노출된 전략을 다음 도발에 되풀이할 리 없다. 이번에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군사작전을 벌인 것처럼 다음 도발 때는 더욱 진화된 전략으로 우리의 허점을 노릴 것이다.

북이 전면전을 치를 능력이 안 되고 객관적 군사력도 열세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교묘하게 발전하는 북의 기습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면 우리 군도 작전계획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작전계획 수정을 내년까지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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