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시민세력 힘모아 ‘민족주의 정치’ 맞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지식인 524명 “아베 사죄하라”]
공동성명 주도 김영호 교수-와다 하루키 교수 대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영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교수(오른쪽)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영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교수(오른쪽)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동아시아의 양심적 시민세력이 단결해야 합니다. 그것이 동아시아가 과거사에서 해방돼 평화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길입니다.”

이번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을 주도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와 김영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교수는 민족주의를 자국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에 맞서 건전한 동아시아 시민세력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대담에서 “일본의 과거사 왜곡은 지역 이슈를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명명백백하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성명은 5년 전 성명과 달리 미국, 유럽 학자들까지 가세해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김영호 교수(이하 김)=미국 교수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서명에 동참해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만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성명서를 쭉 읽더니 “글에 담긴 진정성에 몸이 떨린다”며 미국 학자들의 서명 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 그 덕분에 차기 미국 역사학회장에 선임된 패트릭 매닝 피츠버그대 교수 등 저명 학자들의 참여가 가능했다. 조만간 중국과 동남아 학자들도 서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각국의 지지 성명을 바탕으로 1951년 전후 책임 문제를 다룬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이 열린 장소에서 각국 학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내년쯤 만들 계획이다.

▽와다 하루키 교수(이하 와다)=한일 문제는 동아시아 전체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과 북한 지식인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이번 성명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다음 달 담화 내용이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와다=아베 총리가 담화문에 이번 성명을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황이 바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 아베 총리는 일본 내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다. 개헌 추진에 대해 시민과 지식인들의 반대가 상당한 데다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바람을 반영해 사죄하는 표현을 넣을지, 자신의 역사적 신념을 그대로 관철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일본에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를 부정하고서는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기 힘들다. 만약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등을 부정한다면 이미 이를 인정한 천황의 뜻과도 충돌하는 것이 된다.

―아베 담화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보나.

▽김=기존의 고노, 무라야마,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를 인정하고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또 위안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강제 징용을 명백히 인정하는 것도 기본이다. 아시아의 진정한 역사적 화해를 가져올 수 있는 담화가 되어야 한다. 이번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어 있다.

―성명서에 반일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있던데….

▽와다=기본적으로 일본이 반성하지 않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다만 반일 감정을 이용하는 움직임을 지적한 것은 일본 보수주의자들을 설득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그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김=한중일 모두 국내의 시민세력을 컨트롤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틀을 깨려면 각국의 양심적인 시민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인식이야말로 이번 성명이 나온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동아시아#민족주의#공동성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