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철호]‘신곡수중보 철거’ 한쪽 귀만 열어놓은 서울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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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강의 녹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수문 개방을 건의하기로 한 경기 김포시 신곡수중보. 동아일보DB
서울시가 한강의 녹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수문 개방을 건의하기로 한 경기 김포시 신곡수중보. 동아일보DB
이철호·사회부
이철호·사회부
23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 8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관계자 등 11명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이날 안건은 서울시가 내놓은 신곡수중보(洑) 수문을 전면 개방하자는 안이었다. 참석자들은 서울시의 제안에 전원 찬성했다. 다음 날 서울시는 “회의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통보한 뒤 조만간 수문 개방 실험을 건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김포시와 고양시에 걸친 신곡보는 1988년 설치됐다. 한강의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고 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을 야기했다. 결국 2011년 9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수중보 철거 검토’를 공언했다. 수문 개방은 사실상 신곡보 철거의 ‘전(前) 단계’인 셈이다.

서울시는 수문 개방이 최근 심각해진 한강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곡보가 오염물질을 직접 배출하지는 않지만 한강의 자정작용을 막고 남조류, 녹조류의 과다 번식에 도움을 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본보 취재 결과 대다수 전문가들도 수중보가 녹조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곡보를 개방 또는 철거할 경우 예상 가능한 ‘부작용’을 제대로 숙고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세빛섬, 치수시설, 선착장 등 한강의 모든 시설이 현재 수위(2.6m 이상)에 맞춰 설계됐는데 보가 사라지면 모두 다시 설치해야 한다”며 “요즘 같은 갈수기에는 물을 모으기도 힘들다. 보 철거나 개방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신곡보 수문 개방과 철거 권한은 서울시가 아닌 국토부가 갖고 있다.

서울시와 신곡보 철거론자들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이들 주장의 주요 근거는 2013년 7월부터 대한하천학회가 수행 중인 신곡보 철거 용역의 중간 보고서다. 하지만 여기서 도출한 편익 값(9.21)이 비과학적이며, 책임연구자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인 보 철거론자라는 점은 이미 본보가 올 들어 2차례나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공정성 문제를 인정하고 대한하천학회에 연구 보완을 지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23일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래선 “편협하다”는 비판을 결코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이날 ‘전문가’라며 참석한 3인은 각각 보 철거론의 중심에 선 대한하천학회 소속 학자,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전직 직원이었다. 서울시가 ‘내 편 모으기’식 여론몰이를 계속한다면 신곡보 철거의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신곡수중보#서울시#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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