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 국민 의료정보 해외로 팔릴 때 복지부는 뭐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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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업체들이 거의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 병명, 처방전 등의 개인정보를 병원과 약국에서 불법 수집해 팔아넘긴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약학정보원은 전국의 약국 절반가량에 공짜로 나눠준 약국경영관리 프로그램으로 수집한 환자 정보 43억 건,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을 개발한 G사는 병원에서 수집한 환자 정보 4억 건을 다국적 기업인 IMS헬스코리아에 팔아넘겼다. 전자처방사업에 뛰어든 SK텔레콤도 1509만 명의 처방전 명세를 건당 50원에 약국에 넘겨 3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피해자만 약 4400만 명으로 국민 90%의 개인정보와 질병 정보가 국외로 팔려나간 것이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와 질병 정보를 취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더구나 약학정보원은 2013년에도 의료정보 불법 수집과 유출 사건을 일으켜 의료계와 민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거의 전 국민의 의료정보가 해외에 팔려나갈 동안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뭘 했단 말인가.

IMS는 국내에서 사들인 환자 정보로 미국 본사에서 만든 ‘약 사용 현황 통계’를 국내 제약회사에 팔아 70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임상연구와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지만 환자의 동의 없이, 그것도 해외로 팔려 미국업체 돈벌이만 시켜줬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의료정보 거래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정작 환자의 정보 관리는 허술하다. 병원이 폐업할 때 환자 정보를 다른 병원에 무단으로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그제 복지부가 외주전산업체 등록제 도입 등을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내놨으나 사후약방문치고는 너무 약하다. 작년 초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엄중한 책임자 처벌과 함께 “근본적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제는 전 국민의 지극히 내밀한 진료 정보까지 유출되고 있다. 정부부터 잇단 개인정보 유출에 무감각해진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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