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드립마저 습관처럼 사용… 면접때도 튀어나올까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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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성세대 ‘언어장벽’]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 ‘자기 진단’
“상대방 입장 돼보면 욕설 못할것”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구청에서 열린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에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구청에서 열린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에서 학생들이 토론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패드립마저 익숙해져 버렸어요.”

11일 오후 국민대통합위원회 주최로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로 동작구청에서 열린 ‘청소년 100인 원탁토론회’에서 나온 명덕고 황동수 군(16)의 지적이다. ‘패드립’은 패륜 드립의 줄임말로 주로 상대방의 부모나 가족을 욕하거나 농담 소재로 삼아 놀리는 것을 뜻한다. 황 군은 “‘어미 없는 놈’처럼 상대 어머니를 비하하는 못된 말을 주변에서 많이 쓰는데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며 “습관처럼 말끝마다 패드립을 치는 친구가 많은데 그 욕의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내 중고등학생 103명이 모여 △소통을 방해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 △저속한 말의 문제점 △좋은 언어 사용을 늘릴 방안 등 3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신중 김혜란 양(15)은 신체적 결함을 깔보고 놀리는 표현을 상대에게 가장 상처 주는 말로 꼽았다. 김 양은 “키가 작아서 ‘우유나 더 마시고 와라’ ‘뭘 해도 안 될 것 같다’ 같은 놀림을 많이 받았다”며 “살찐 친구에겐 ‘쓰레기 더미를 덮은 것 같다’는 식의 놀림도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습관’을 꼽았다. 대동세무고 최성은 양(16)은 “습관처럼 쓰다간 면접처럼 인성을 평가하는 자리에서도 욕이 튀어나올 수 있다”며 “언어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에 바꾸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은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다 보니 교사나 부모 앞에서도 죄의식 없이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참석 청소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세 시간 토론 끝에 학생들은 ‘상대방 입장되기’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명덕고 김대선 군(16)은 “상황극을 통해서라도 욕 듣는 사람의 기분을 느껴보고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이 그런 욕설을 듣게 될 때를 먼저 생각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는 자녀를 따라온 학부모도 많았다. 김명순 씨(42)는 “오늘 패드립을 알게 됐다”며 “역으로 생각하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자녀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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