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민심]‘유승민 구하기’ 나선 야당 지지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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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시던 팔순 노모께서 ‘유승민 저 사람 정의당에 데려올 수 없냐’고 물으신다. 답변 대신 지난 10년간 참가한 TV 토론 중에서 2004년 손석희 사회에 유시민, 유승민, 그리고 제가 출연했던 토론이 제일 좋았다고 말씀드렸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올린 이 트윗은 약 400회 리트윗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 국무회의 모두발언 이후 야당 지지자들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고위원회 공갈 발언 파문으로 윤리심판원으로부터 6개월 당직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도 50여 일의 침묵을 깨고 유승민 구하기에 동참했다. 그가 올린 “‘유승민은 무죄다.’ 박근혜 의원도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정면 반기, MB와 대치했다. 朴의 유승민 찍어내기는 지난 여름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박근혜는 무죄이고 유승민은 유죄인가?”라는 트윗은 500회 이상 퍼져 나갔다. 신뢰 상실, 능력 부족, 체신 상실 등 유승민 원내대표 3불가론(不可論) 주장을 펴며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오히려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승민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11만1083건이 검색됐다. 같은 기간 국회법 거부권을 언급한 문서 8만3878건보다 많았고 메르스를 언급한 문서 24만4830건보다는 적었다. 배신과 국민의 심판 등 섬뜩한 언어를 동원한 대통령 메시지가 정치권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지만 메르스의 위력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트위터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은 메르스와 싸우랬더니, 유승민과 싸우느냐”는 비판이 큰 호응을 얻었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청와대가 차기 총선의 공천 주도권을 노리고 정쟁을 유발했다는 비판이 주조였다. “청와대판 ‘달콤한 인생’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제목의 칼럼도 널리 퍼졌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관계를 보스 김영철과 부하 이병헌의 관계에 오버랩시킨 내용이었다. ‘분노의 워딩’이 마치 조폭 문화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유승민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에서 압도적 1위는 3만6541건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이었고, 2위는 1만6580건의 사퇴가 차지했다. 1만5933건의 김무성 대표가 3위에 올라 교묘한 줄타기 행보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음을 방증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김 대표라고 지목했다. 언론들은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일 것”이라며 청와대가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 해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한 누리꾼은 “말 달라지는 김무성… 25일: 유승민과 함께 간다, 28일: 대통령과 싸워서 이길 수 있겠나, 29일: 의총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당신 사내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한 듯 최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민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4위는 국민(1만2377건)이, 5위는 정치(1만1929건)가 차지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심판을 요구했다면 주말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을 것”이라고 비판했듯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 자체의 위기로 인식되기도 했다. 6위에는 친박(친박근혜)이 올라 이번 사태가 친박-비박 간의 첨예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음을 드러냈다. 7위부터 10위까지는 새누리당, 국회법, 국회, 청와대가 차지했다.

유승민 긍정, 부정 연관어 분포를 보면 긍정어 분포가 22.3%, 부정어 분포가 51.9%로 나타났다. 국회법 거부권 긍정, 부정 분포가 15.8% 대 64.1%인 것과 비교해 보면 거부권 사안에 비해 유 대표의 긍정어 분포는 높고 부정어 분포는 훨씬 낮았다. 사안 자체가 부정적인 것을 감안하면 유 대표에 대한 긍정적 움직임이 상당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유승민 긍정, 부정 연관어에는 1위부터 배신, 진심, 책임지다, 갈등, 죄송하다 등이 올랐다.

국회법 거부권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6일 재의에 부친다. 새누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도전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민#야당#노회찬#정청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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