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상사는 최대고객…의존하지도 맞서지도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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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형 은행에 들어갔다. 신입 사원 연수를 마치고 수도권 외곽에 있는 어느 지점에 배치됐다. 존경할 만한 상사와 함께 근무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좋은 평가 받으며 성공해야지….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출근을 시작했다.

“이 일,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 놓게. 위에 제출해야 하거든.” 직속 상사가 퇴근 무렵 갑자기 지시를 내렸다. ‘내일 아침까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하고 답했다. ‘어렵게 들어왔잖아.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해 보자.’ 집에 가서 밤새워 일할 각오를 하고 짐을 싸는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던 부지점장이 툭 제안을 던졌다. “오늘 한잔할까? 갈 수 있지?” ‘헉! 농담이야, 진담이야? 나를 골탕 먹이고 싶은 건가? 아니면 서류를 내일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가 술자리에 따라갔다. 상사들이 술 마시며 내뱉는 시답잖은 소리를 들으며 뼛속까지 취했다. 결국 다음 날 아침까지 서류를 마무리하지 못해 과장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어떻게 나를 지켜 낼 것인가’를 쓴 오가타 겐스케의 경험담이다.

누구나 ‘좋은 상사’를 만나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란 어떤 사람일까? 조사에 따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상사,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켜봐 주는 상사, 할 일을 명확히 알려주고 이끌어 주는 상사 등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상사는 상사일 뿐 부모도 선생님도 아니다”라고.

누구도 상사를 선택할 수는 없다. 아무리 불평하고 괴로워해 봐야 상사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상적인 상사’를 찾기도 매우 어렵다. 부하 직원이 상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차라리 상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해 보자. 상사를 상사가 아니라 일을 주고 근무 상황을 평가하는 ‘최대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입 사원은 물론이고 직장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 모든 직장인이 생각해 볼 만한 조언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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