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항만공사 통폐합, 지자체까지 반대 나서 결국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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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개혁도 용두사미]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부딪쳐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감안하면 올해가 공공기관 정상화의 골든타임이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대대적인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해당 기관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조직 지키기에 나섰다. 정권 초도 아닌 집권 3년 차에 추진되는 개혁인 만큼 공공기관 내부에선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여기에 영향력 감소를 의식한 각 부처까지 기관 편을 들고 나섰다. 산하기관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부처들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이끄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우선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가 끝내 무산된 항만 및 선박 관련 공공기관들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폐합하려고 했다. 항만공사가 4군데로 나뉘어 있다 보니 하역료 덤핑 같은 ‘제 살 깎기’ 물동량 경쟁이 지나친 데다 규모의 경제에서도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항만공사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항만업계까지 반대하고 나서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대신 강제력을 지니지 못하는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논의를 매듭지었다. 부산항만공사의 자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인 인천항보안공사 등 항만공사의 보안·경비 업무 자회사들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이 또한 노조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노조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정치인들까지 반대해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선 기능이 중복됐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합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예술계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오히려 각 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의 통폐합 논의도 유야무야됐다.

어렵사리 기능 조정이 이뤄진 부분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공공기관 기능 조정으로 인해 5700명의 인력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에선 결국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연구개발(R&D)·교육, 에너지, 산업진흥, 보건·의료, 정책금융, 환경 등 나머지 6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두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내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6대 분야 개혁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항만공사#통폐합#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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