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추행 교수에게 더이상 관용은 없음을 일깨운 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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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일반적으로 성추행범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이번 형량은 강간죄에 준하는 무거운 처벌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교수로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재학생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바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3년간의 신상정보 공개와 함께 160시간의 성폭력 치료 수강도 명령했다. 피해자가 다수이고 처벌을 강력히 원하는 데다 성추행에 대한 변화된 사회적 인식이 중형을 이끌어냈다.

‘스타 수학자’로 알려진 강 씨는 2008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여학생 9명을 상습적, 장기적, 계획적으로 추행했다.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여학생들을 술자리에 부르거나 배웅한다는 핑계로 강제로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서양식 인사”라고 강변하는 등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보였다. 저명한 학자 집안 출신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거나, 유명 학자인 자신을 누구나 좋아하는 걸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의 일탈이 지난해 세계수학자대회에 참가한 인턴 여학생의 고발로 드러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강 씨는 서울대에서 하던 대로 야심한 시간에 인턴을 불러내 성추행을 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서울대 재학생이 아니어서 굳이 강 씨의 행동에 대해 참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가 가르치는 서울대 여학생들이 그동안 모멸감 속에서 교수의 성추행을 감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교수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희롱해 재판에 오른 첫 번째 사례는 1992년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이다. 담당 교수의 지속적인 신체접촉과 성적 언동으로 고통을 받아온 우 조교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강 씨 같은 교수가 활개 쳤다는 것은 교수들의 고질적인 ‘갑(甲)질 문화’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서울대뿐 아니라 전국 대학교수들이 이번 판결의 의미를 무겁게 새겨야 한다.
#성추행#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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