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문턱 못 넘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다시 논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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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됐다. 개혁안 자체 때문이 아니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과 ‘(공무원연금의) 재정절감분 20% 공적연금 강화 투입’을 국회 규칙의 부칙으로 명기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해서다. 이로 인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외한 다른 본회의 상정 법안 처리까지 덩달아 무산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허점투성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않아 다행스럽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으나 애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활동 마감을 하루 앞둔 3월 27일 ‘실무기구’라는 것을 구성해 논의를 연장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대타협기구 활동 시한이 종료되면 여야는 공무원단체를 제외하고,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의 연금특위에서 5월 2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 입법 과정을 밟아야 했다. 공연히 실무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느닷없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까지 연계시킨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물 타기’ 하려는 술수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는 실무기구가 만든 공적연금 강화 안을 존중하고 구체적 수치는 못 박지 않은 채 별도의 사회적 기구와 국회 특위를 만들어 논의키로 이달 2일 합의했다. 여기에 야당이 ‘수치 명기’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전제로 들고 나온 것은 ‘강경 투쟁’을 일삼는 고질병의 재발로 볼 수밖에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특히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국민연금 문제를 멋대로 논의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한 처사다.

어제 하루 사이에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 개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아무리 저소득자를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했다 해도 평균 월급 300만 원 이하 공무원의 경우 오히려 개혁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을 국민연금과 같게 한다며 종전의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인 것은 형평성을 구실 삼아 유리한 내용만 취한 전형적인 꼼수다. 공무원이 퇴직 후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경우 연금을 전액 삭감하자는 안도 빠졌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무엇을 개혁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과연 이런 엉터리로 가득 찬 개혁안의 세부 내용까지 알고 합의안에 서명했는지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첫 반응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몰랐다면 대통령도 속았고, 국민도 속은 것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여야가 무슨 일이든 처리할 수 있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아무리 개혁이 시급해도 이런 부실한 공무원연금안을 그대로 시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야는 국민을 두렵게 알고 다시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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