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일정 취소하고 이란 핵협상 전념… 타결 기대감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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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하루 앞두고 참가국 전체회의
원심분리기 감축-IAEA 사찰 등… 서방, 이란 핵개발 저지수단 강화
경제제재 해제는 ‘일괄’-‘단계’ 맞서… 네타냐후 “위험한 합의” 강력 비난

31일 이란 핵 협상 타결 시한을 앞두고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P5+1) 대표들과 이란 대표단이 ‘주고받기식’ 막판 절충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은 시한 종료 하루 전인 30일 스위스 로잔에서 협상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열고 남은 쟁점을 집중 논의했다. 전체회의가 열린 것은 24일 최종 협상 라운드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으로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협상 대표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번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29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추모 기념관 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했고, 독일과 프랑스 외교장관도 카자흐스탄 방문 계획을 미루고 협상에 매달렸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수출이 제한됐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 핵 협상 타결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추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방은 이란의 ‘브레이크아웃타임’을 최소 1년으로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심한 시점부터 핵무기 1개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현재 이란의 브레이크아웃타임은 2, 3개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위해 서방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감축 △농축우라늄 재고분 해외 이전 △아라크 중수로 설계 변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가동 원심분리기 수의 경우 1만 기(이란)와 4000기(미국)가 팽팽하게 맞섰으나 대략적으로 접점을 찾았다. 미국이 6000기 가동을 받아들인 가운데 이란은 현재 6500∼7000기 가동을 희망하고 있다. 중수로는 가동 과정에서 핵물질인 플루토늄이 발생하기 때문에 서방은 이란 중수로를 경수로로 설계를 변경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IAEA 사찰도 관건이다. 서방은 IAEA가 우라늄 채광부터 농축, 핵연료 저장 등 모든 과정과 시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감시하는 내용의 추가 의정서 적용을 이란에 요구하고 있다. 사찰 대상이 일부 시설로 제한되면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핵 활동 중단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국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점거 이후 경제 제재가 30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란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를 어느 수준까지, 어느 정도 속도로 완화하느냐도 쟁점이다. 이란은 일괄적·영구적인 즉시 해제를, 반면 서방은 합의 이행을 지켜본 뒤의 단계적 해제를 선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에너지 제재와 금융 제재는 핵무기 완전 포기 때까지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BBC는 서방과 이란이 몇몇 분야에서 난제를 안고 있지만 ‘타결을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는 데에는 합의했다고 미국 측 협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타결 임박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29일 내각회의에서 “로잔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험한 합의는 우리의 우려를 증명할 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란#핵#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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