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음악-연기실력 평가한다더니 점차 인신공격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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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안티팬

안티들이 제기한 학력 위조 의혹으로 한때 정상적인 가수 활동이 힘들 정도로 타격을 입었던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 동아일보DB
안티들이 제기한 학력 위조 의혹으로 한때 정상적인 가수 활동이 힘들 정도로 타격을 입었던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 동아일보DB
연예인 안티운동은 1990년대 후반 연예인의 음악적 성향이나 연기 활동 등을 비판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가수 서태지에 대한 안티 사이트가 개설되고 인디밴드를 중심으로 ‘안티 서태지 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서태지가 저항을 상품화했다” “서태지의 음악은 해외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2000년 9월에 열린 안티 서태지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근조 리본처럼 생긴 삼베 리본을 입장권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후 연예인 안티운동은 점점 연예인의 과거를 캐내거나 악성 댓글을 달며 인신공격을 하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유포되거나 지나친 인신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2’ 네이버 카페 메인 화면.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2’ 네이버 카페 메인 화면.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를 중심으로 한 힙합그룹 에픽하이 리더 타블로(이선웅) 안티운동이 대표적이다. 2009년 일부 누리꾼은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수차례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0년 경찰이 수사에 나서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의혹 제기와 인신공격을 주도했던 누리꾼 8명은 2012년 명예훼손 혐의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당시 해당 카페를 차단했지만 2010년 제2의 타진요 카페가 개설돼 3월 현재 회원 4만8000여 명이 가입돼 있다. 일부 회원은 최근까지도 “정부가 타블로의 뒤를 봐주고 있다” “언젠가는 상식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될 것” 등의 글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연예인들이 이런 안티를 ‘활용’하기도 한다. 시상식에서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논란이 될 만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행위를 “어그로 끈다”고 표현한다. ‘도발·약오름(aggravation)’이란 영어 단어에서 나온 인터넷 은어로 관심이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란이나 논쟁을 일으키는 행동을 가리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안티운동의 중심이 옮아가고 매체 환경이 변하면서 점점 더 순간적이고 간편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된 탓”이라며 “최근에는 오히려 관심을 끌기 위해 악성 댓글을 이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안티팬#타진요#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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