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수입만 쓴다?…감자칩 열풍 속 눈물 흘리는 국산 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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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제공
사진=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제공

전남 해남군 한이면의 박 모씨는 겨울에도 감자를 수확한다. 국내 농가들은 통상 5월에 감자를 거둬들이니 흔하지 않은 사례다. 박 씨는 정부가 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한 가공용 감자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종자를 구해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심이 크다. 당초에는 수확한 감자를 감자칩을 만드는 식품회사에 납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관세가 없어지자 국산보다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던 수입산 감자 값이 국산보다 30% 가량 싸졌다”며 “식품회사들에 국산임을 내세워도 별 수가 없었다”고 말았다. 결국 그는 감자를 공판장에 헐값으로 넘기고 말았다.

최근 허니버터칩를 필두로 감자칩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감자는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4일 농림축사식품부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해태제과와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감자칩 원료로 수입산 감자를 쓴다. 시기상 국내산 감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식품업체들이 이처럼 겨울에 수입산 감자만 쓰는 현상을 개선하고 국내 감자농가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겨울(11~12월)에도 수확할 수 있는 ‘고운’과 ‘새봉’ 감자를 개발해 2011년부터 보급했다. 하지만 이들 신품종 감자는 지난해 생산량이 600t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수입된 가공용 감자 물량(2만1212t)의 2.8%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는 국내산 수입 감자가 수입산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해외에서도 겨울에는 감자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300%가 넘는 관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감자에 붙던 관세(304%)가 겨울철(12~1월)에 한해 0%로 낮아졌다. 가공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국산 감자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와서 ‘타이밍’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에 국내 밭농사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기계화 비율은 논이 94%인 반면 밭은 56%에 그친다. 조지홍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박사는 “국내의 감자 밭은 경지 정리가 잘 안되어 있고 사실상 손으로 심고 주워 담는 수준이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높다”며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만 해도 수입산 감자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내년부터 감자 저장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감자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국산 감자를 쓰면서도 생산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식품업계가 앞장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 저장 시설을 만들어 연중으로 국산 수미 감자를 쓰는 농심 수미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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