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근형]성형외과 감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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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명동은 중국인으로 넘쳐났다는데, 압구정동은 한산하더라.”

설 연휴 유독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효과를 보지 못한 곳이 있다. 예년 같으면 얼굴에 붕대를 감은 중국인들이 활보했을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시장이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연이어 사고가 터져 중국 내 여론이 악화됐던 1월까지만 해도 환자 감소가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월 불법 브로커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브로커들은 대만, 일본, 스위스 등으로 환자를 돌려버렸다. 설 연휴 중국인이 몰렸던 국내 성형외과들은 환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한국에 관광객을 보내는 중국 여행사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 꼴이다. 우리 스스로 환자를 차버렸다”고 한탄했다.

높은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가 의료관광 시장의 투명성을 해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성매매 단속을 하듯, 브로커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시끄럽게 단속부터 공언했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업계의 손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대형 성형외과들은 의료관광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고객을 받을 여력이 부족했다. 중소형 성형외과들은 국내 수요를 흡수하며 낙수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중국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형 성형외과들은 다시 국내 환자 비중을 발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발 성형업계의 위기가 중소형 의원의 경영난까지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 무리한 환자 모집과 과잉 진료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업계의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의 성형수술을 어디서 해야 하나’를 묻는 지인이 적지 않았다. 성형을 화장처럼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행위로 인식하는 일부 사람들이 불만이지만, 수준 이하의 의사를 만나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성의껏 답을 해왔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감별법을 소개한다. 먼저 마취과 전문의가 파트타임이 아닌 전임으로 고용된 병원인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당 평균 30만 원 내외의 임금을 아끼려고 마취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마취를 하는 곳이 적지 않다. 기관 내 삽관유도장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이 있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복지부도 전신마취를 하는 의원의 경우 이 같은 장치의 의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전체 의료진보다는 대표원장 한 사람을 띄우는 병원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원장을 제외한 의사들은 경험이 적거나 상대적으로 대리수술 발생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그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대표원장을 제외한 의사들의 경력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연예인, 운동선수를 앞세워 마케팅을 하는 병원도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국내 성형외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는 불완전한 병원들에 내 몸을 맡겨 왔다. 중국발 성형업계의 위기가 세금 제대로 내고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춘 병원들이 살아남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의료관광 제2의 전성기는 그때 진정한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으리라.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성형외과#감별#전임#전체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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