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 혁신도시]첫삽도 못뜨고 서울로 역출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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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앞둔 기관들도 어수선… 에너지관리공단, 사옥 안팔려 계획 차질
관광公, 이전 늦어져 이사간 직원들 고통

이전을 앞둔 기관들의 분위기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이전 계획상 예정일이 잡혀 있긴 하지만 현재 사옥의 매각 지연, 회사 내부사정 등 대내외 변수 때문에 이전 계획이 흔들리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기로 결정된 공공기관 154개 중 이달 7일 현재 이전을 마친 기관은 79개(51.3%)뿐이다. 나머지 75개 기관 가운데 41개 기관은 올해 말까지, 21개 기관은 내년까지 이전을 마치도록 계획이 잡혀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경찰대, 국방대,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장학재단 등 13개 기관은 아직 이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울산혁신도시로 옮길 예정인 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현 사옥을 매각해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사옥 매각입찰이 10차례나 불발돼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현 사옥 터의 감정가는 547억 원이나 되지만 용도가 연구, 교육 등으로 제한돼 좀처럼 팔리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금융권에서 200억 원의 대출을 받아 신사옥 터를 사놨기 때문에 대출이자로만 연간 6억 원씩 나간다.

강원 원주혁신도시로 옮겨야 하는 한국관광공사는 이전이 늦어지면서 이미 원주로 이사 간 일부 직원이 서울로 ‘역(逆)출근’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10월 말까지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신사옥 건립이 늦어지면서 12월 말로 두 달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10월 중순 신사옥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이전 공공기관들의 신사옥 건립이 몰리면서 조달청의 자재 공급이 늦어졌다”며 “10월 이전 일정에 맞춰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해 원주로 거주지를 옮긴 직원들은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북 경주시로 옮겨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이전이 5년 넘게 지연됐다. 한수원은 2005년 경주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로 선정되며 이전이 결정됐다. 하지만 본사 위치를 경주 내 어디로 둘지를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져 이전이 계속 늦춰졌다. 수년간의 대립 끝에 처분장이 있는 경주시 양북면으로 결정됐지만 당초 이전 시기(2010년)보다 4년이 지난 올해 3월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기관은 이전했지만 직원들의 ‘내 집’ 이전은 더 늦어지기도 한다. 가족이 함께 이사해 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11월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옮긴 한국도로공사는 당초 LG그룹 계열사의 구미공장 사택 일부를 임차해 직원 300명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전을 1주일 앞두고 LG 계열사로부터 “사택 관리가 어려워 집들을 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사는 이곳에서 직원들이 한 달만 머물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뒤 서둘러 주변 아파트 90채를 구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이상훈 기자
#혁신도시#에너지관리공단#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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