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장단-임원 인사 단행 ‘IT가이’ 전면에… 사업구조 혁신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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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CEO 발탁… 인적쇄신 계속될 듯
최태원 회장 “안될 사업 버리고 간다”

올해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내년 경영전략으로 ‘전략적 혁신’을 내세운 SK그룹이 ‘인사 혁신’으로 물꼬를 텄다.

9일 발표된 SK그룹 사장단·임원 인사에서 그동안 그룹 내 요직을 차지했던 유공 및 선경 출신 ‘이노(이노베이션) 가이(guy)’들이 물러났다. 그 대신 그 자리를 50대 초반 ‘정보기술(IT) 가이’들이 채웠다. 재계에서는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주문으로 강력한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사 혁신으로 시작된 전략적 혁신은 연초 사업구조 혁신과 기술 혁신 등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젊은 ‘IT가이’들이 급부상

이번 인사에서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 CEO를 대부분 교체했다. 임원 승진자 규모도 117명으로 지난해 141명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이번 인사에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내정자와 박정호 SK C&C 사장 내정자다. 51세 동갑내기인 두 내정자는 SK 부사장급 중에도 젊은 축에 속한다. 그동안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 통신과 인터넷 분야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온 IT가이로 분류된다. 장 사장의 내정에 SK텔레콤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 사장들은 계열사 CEO나 내부 총괄사장을 지내다 대표를 맡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장 사장은 자회사 부사장에서 단번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 포화로 성장이 정체된 SK텔레콤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는다. 박정호 SK C&C 사장 내정자는 지난해 최 회장이 물러난 등기이사를 대신 맡으면서 중용이 예상됐던 인물.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이동하는 정철길 현 대표보다 9세 어리지만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상사, 정보통신기기 유통 등 주력사업이 부진한 SK네트웍스에는 워커힐 사장을 지냈던 문종훈 사장이 내정돼 새 사업모델 발굴에 나선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66), 문덕규 SK네트웍스 사장(62) 등 상대적으로 고령인 CEO들은 2선으로 물러난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CEO가 발탁되면서 상당수 임원이 ‘물갈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리더십 쇄신’에 이은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

SK 관계자는 “실적 부진과 총수 공백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리더십 쇄신’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후 곧바로 ‘사업 혁신’, 즉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최 회장도 수차례 주요 CEO들에게 “안 될 사업은 버리고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김창근 현 의장이 재추대된 것 외에는 새로운 진용으로 짜였다. 전략위원장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글로벌성장위원장은 유정준 SK E&S 사장이 각각 맡는다. 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으로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임명됐다. 윤리경영위원장은 하성민 현 SK텔레콤 사장, 통합 사무국장은 지동섭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이 각각 맡게 됐다.
▼ 사장 유임 하이닉스, 임원 37명 승진 잔치 ▼

이노베이션은 연봉 삭감 위기… 계열사 실적따라 희비 엇갈려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SK그룹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되는 ‘인사태풍’ 속에서도 쾌재를 불렀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유임됐다. 부사장 3명과 전무 2명, 상무 32명 등 37명의 임원 승진자도 배출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다.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그동안 임원 수가 적었던 것도 있지만 워낙 올해 실적이 좋았던 것을 반영한 인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16조 원대, 영업이익은 5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 대비 매출액은 18%, 영업이익은 47%가량 각각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D램 업계의 오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투자의 결실을 거두게 됐다”며 “내년에도 D램 시장이 호황일 것으로 예상돼 실적은 더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유가 하락 등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사장까지 교체된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올해 7월 임원들이 연봉의 10∼15%를 자진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직원들도 처음으로 연봉이 깎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임금유연화제도’를 도입하고 연봉의 일정 금액을 떼어 회사에 적립한 뒤 연말 경영실적에 따라 세전 영업이익이 적자면 적립금을 회사에 반납하도록 했다.

올해 3분기(7∼9월)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에서만 2261억 원의 손실을 낸 상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조 원가량 줄어든 3000억 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태호 taeho@donga.com
김지현 jhk85@donga.com·정세진 기자
#SK#SK그룹 인사#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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