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배지 156명, 당론에 NO 할 수 있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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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4> 답답한 정치, 제대로 바꾸자 (上) 19대 국회의 반성문

“자괴감이 든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여야가 대립 각을 세우면 당론이라는 이유로 개인이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없어져 버린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내 소신이 당론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당내 거물급 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도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어준다”고 털어놨다.

국회의원은 개인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지만 현실 정치에선 자율성이 크게 제약된다. 제왕적 당 총재는 사라졌지만 유력 대권주자 등을 중심으로 당내에는 엄격한 서열과 상하관계가 엄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계파 수장이나 실권자의 의중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 경험이 적은 초선 의원들에 대한 정치 교육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오리엔테이션도 받지 못하는 초선 국회의원들은 사실상 우리의 의회정치 시스템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된 존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 ‘좌충우돌’ 156명 초선… 교육은 ‘전무’


초선인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2012년 6월 제출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뒤 곤욕을 치렀다. 한시적으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매년 신규 채용할 때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인데 청년의 기준을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규정했다가 30대 구직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쏟아졌고, 정부는 법 시행령을 개정해 15∼34세로 조정했다. 김 의원도 “30대가 취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청년의 범위를 ‘15세 이상 39세 이하’로 확대해야 한다”며 지난해 6월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

김 의원은 “청년고용을 높인다는 좋은 취지에서 법안을 냈지만 30세 이상 취업 준비생들이 불이익을 본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시행착오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의원들은 2년마다 국회 상임위를 바꾸는데 초선 의원들의 경우 상임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열정만 갖고 일하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초선 의원은 “율사 또는 회계사 출신이라고 모두 다 입법과 예·결산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배 의원들이 입법과 예산 심사 및 결산, 지역구 관리 등을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 초선-중진 서로 ‘무관심’


매번 국회가 그렇지만 19대에서도 초선과 중진 의원들 관계는 살갑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초선과 중진은 서로 무관심한 관계”라며 “특히 중진 의원들은 초선을 액세서리(장식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선들의 불만은 생각보다 크다.

여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국회는 지금 민주주의보다 유교주의가 지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당의 다른 초선 의원도 “중진은 기본적으로 초선을 너무 무시하고, 발톱의 때만큼도 안 보는 것 같다”면서 “중진이 술자리와 밥자리에 불러도 기분 나빠서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구 초선인 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선수(選數)는 존중의 대상이지 집착할 대상은 아니다. 중진은 군기 잡는 내무반장이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선임병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야당 초선 의원도 “중진은 시의회 등에 자기 사람을 다 심어놨기 때문에 적당히 지역구 관리만 하고 있다”면서 “의정활동에 열정을 쏟지 않고 적당히 팔짱을 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초선을 보는 불편한 시선

초선을 바라보는 중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여당 4선의 중진 의원은 “19대 국회에 전문가들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대부분 ‘범생이’”라며 “학자, 공무원 출신 등 말을 잘 듣는 유형으로 전략 공천한 결과”라고 했다. 여당의 다른 중진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실질적인 당 총재로서 정치적으로 시끄럽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을 등용한 것”이라고 했다.

여야 재선 의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여당 의원은 “소위 말 잘 듣는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있는 성향을 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인 다른 의원도 “얌전하고 학자 같은 사람을 많이 뽑아놨다. 전문성은 강화됐지만 정치력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야당 재선 의원도 “순발력과 상황파악 능력도 중요한데 초선들은 정무적 감각이 없다”며 “정치는 정책과 정무가 필요한데 정책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자기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국회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여당 의원도 “면허증을 딸 때도 공부가 필요한 것처럼 정치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잘했다고 해서 정치인으로서 베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국가대혁신#골든타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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