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vs 선동열…오늘 광주서 마지막 사제대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6시 40분


김응룡 감독-선동열 감독(오른쯕).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김응룡 감독-선동열 감독(오른쯕).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김응룡 감독 시즌 최종전 사실상 은퇴 경기
선동열 감독도 재계약 불투명 ‘얄궂은 운명’

광주(光州)는 이름 그대로 그들에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빛고을’이었다. 무려 6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함께 올랐다. 그 시절 스승은 한국프로야구 아니 한국스포츠 최고의 명장이었고 제자는 ‘국보’라는 위대한 닉네임을 얻었다.

김응룡과 선동열. 영웅이 됐던 그곳 광주에서 사제는 2014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무등구장에서 광주-KIA챔피언스필드로 야구장이 바뀐 것처럼 그들의 영광은 이제 과거이자 역사가 됐다. 초라한 성적표.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두 영웅의 가을은 애잔함이 물씬 풍긴다.

한화 김응룡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은 17일 광주에서 감독과 감독으로 마지막 승부를 한다. 한국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은 김 감독은 사실상 은퇴 경기다. 올해를 끝으로 한화와 계약이 끝나며 다시 지휘봉을 잡고 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김 감독의 애제자 선 감독도 이날 경기가 KIA와 맺은 마지막 경기다. 11월 말까지 계약이 남아있지만 언제 떠날지 아니면 더 남을지 앞날을 알 수 없다.

김 감독과 선 감독은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전설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해태에서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감독과 수석코치, 다시 야구단 사장과 감독으로 3차례 정상에 올랐다.

2010년을 끝으로 삼성을 함께 떠난 스승과 제자는 KIA와 한화 감독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큰 좌절을 맛봤다. 김 감독은 2013∼2014시즌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2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고향 팀으로 돌아온 선 감독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 감독의 한화보다 바로 한 단계 위인 8위로 추락했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와 피난길에 올라 부산에서 성장한 실향민 김 감독은 종종 “광주도 내 고향”이라고 말한다. 거장의 마지막 경기장소로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러나 8위와 9위의 최종전, 그리고 역시 내일을 알 수 없는 제자 선 감독과 마주하는 쓸쓸한 풍경이 무척 낯설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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