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내대표까지 친노 뽑아 민심에서 더 멀어진 새정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에 우윤근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나는 계파가 없다”고 말하지만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가까워 범친노로 분류된다.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이 된다. 범친노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친노 비대위원인 정세균 인재근 의원, 친노는 아니지만 언제든 친노와 손잡을 수 있는 박지원 비대위원까지 포함하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친노 일색이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비대위는 내년 초에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의 준비 작업을 이끌게 된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도 친노 수중에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2016년에 실시되는 총선거의 공천을 친노가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친노 주도로 총선과 대선을 치른 2012년 상황의 재판이 나타날 수 있다. 130명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다시 친노의 독무대가 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계파 정치다.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계파 정치에 휘말려 단명(短命)으로 끝났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0%대로 최악의 수준이다. 선명성을 내세운 강경파들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이어온 탓이 크다. 정치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투쟁 일변도로 내몰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정국을 마비시킨 것도 계파 정치의 산물이다. 여기에 새 지도부가 친노 중심으로 채워져 사실상 계파 정치의 청산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당을 구하겠다며 모임을 만든 정대철 상임고문 중심의 전·현직 의원들과 비노(비노무현) 중도 성향 의원들의 반발 여부에 따라 자칫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원내대표는 당의 의정활동을 주도하는 원내 사령탑이자 여야 협상의 창구다. 우 신임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들에게 휘둘리면 여야 관계는 다시 험난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특검 후보 선정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는 쪽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재협상하자고 나오면 이달 말까지 세월호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을 함께 처리한다는 여야 합의는 지켜질 수 없다. 우 신임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을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 무엇일지 잘 헤아려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원내대표#우윤근#친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