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처 입은 한반도… “평화 위해 대화하라”는 교황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어제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으로 분열된 한반도의 평화를 거듭 기원했다. 교황은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한 데 이어 정상연설에서도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교황 도착에 앞서 KN-09 신형 방사포를 발사해 평화를 위협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正義)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도 했다. 분단 69주년이 되도록 적대적 대립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남북이 모두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특히 6·25전쟁 이후 무력도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은 군사적 모험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한국은 더욱 인내심을 갖고 평화통일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한국’에서 교황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말해준 평화는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교황은 공항에서 세월호 유족 대표들에게 “꼭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위로했다. 청와대 연설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 것은 박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깊이 새겼으면 한다. 교황의 연설대로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이 있고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자연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씨름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황 방한의 주된 계기는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윤지충 등 순교자 124위를 시복하기 위한 것이다.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겸손을 실천하는 교황의 언행은 늘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왔다. 저마다 처한 위치와 상황에 따라 공감이 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지 모른다. 교황의 메시지를 정치적 목적으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교황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고 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열린 마음을 갖는 계기로 삼는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천주교 신자이든 아니든 한국 사회에 따뜻한 격려와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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