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변영욱]국회의원들의 기념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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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사진부 차장
변영욱 사진부 차장
군대를 보내야 하는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다들 무거울 것이다. ‘덜 위험한’ 의무경찰이나 공군에 아들을 보내려고 3수, 4수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28사단 윤 일병의 참혹한 시신 사진을 봤다면 두려움에 떨 수도 있다. 이 시신 사진은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것이다.

당시 군인권센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며 보도자료를 보냈지만 회견장에는 기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소장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기자의 경우 본지와 통신사 사진기자 등 3명만 참석했다.

사진기자들이 기억하는 임 소장은 2000년대 초반 동성애자 운동과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인권법률팀장 경력, 그리고 병역거부로 실형을 살았다는 정도였다. 노란 머리와 반바지의 모습이었다. 이번엔 양복을 빼 입은 임 소장이 윤 일병의 참혹한 모습이 담긴 시신 사진 여러 장을 크게 출력해 카메라 앞에 보여줬다. 같은 사진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커진 것은, 그만큼 군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군대를 경험했다. 군대가 ‘국방’이란 이름하에 비밀이 많은 조직이라는 걸 이미 잘 안다.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은폐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러니 군에 대한 신뢰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강한 군대가 있어야 국민이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군의 잘못까지 그대로 덮을 수는 없다. 군 검찰은 가해자인 이 병장 등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명한 수사와 법적 처리가 꼭 필요하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정작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부적절한 기념사진 촬영 때문이다.

이달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대대에서 사망사건 현장 조사를 벌인 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 사진은 국회의원 자신이 퍼뜨렸다. 기념촬영에 참여했던 의원 사무실에서 지역 언론사에 그 사진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이다.

그 사진을 본 누리꾼의 반응은 “소풍 갔느냐”는 비아냥거림 일색이었다. 다음 날 중요 일간지들이 문제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비판 여론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본지의 경우 6일 오후 7시경 사진을 입수한 후 7일자 신문에 게재했다.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는 취지로 기념촬영을 했다고 의원들은 말한다. 해명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분노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언론에 그럴싸한 사진을 배포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의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명인이 되고 싶은 것일까.

변영욱 사진부 차장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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