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까지 스며든 학교 집단따돌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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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윤일병을 구하라]
<中>인권지옥 자초한 軍-병영속 은폐되는 가혹행위

2010년 6월 입대한 뒤 강원 양구의 모 사단에 배치 받은 A 일병은 2011년 6월 소총을 들고 탈영했다. 그는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다니며 토익 990점 만점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젊은이였지만 군대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집중적인 왕따 대상이 됐고 상병 진급도 누락됐다. 일병 때 주임원사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털어놨지만 “꾀병 부리지 말라”는 핀잔만 들었다. 그는 결국 2011년 4월 공포탄이 들어있는 소총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쏴 육군 그린캠프(문제 일으킨 병사들을 보내는 군 시설)로 보내졌다. 부대에서는 A 상병의 소속 대대를 바꿔줬지만 ‘문제 사병’으로 찍힌 그는 계속 따돌림을 당했다. 그린캠프를 다녀온 뒤에도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A 상병은 결국 총알이 들어있지 않은 소총을 갖고 탈영했다.

군 내 가혹행위 사건을 많이 다룬 김태운 변호사(법무법인 행복)는 군대 내에서 왕따 문제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학교와 사회의 나쁜 왕따 문화가 군대까지 침투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군대 내 폭행은 대부분 ‘넌 제대로 못하고 우리와 다르니까 당해도 싸’같이 집단구성원들이 약한 상대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집단따돌림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목숨을 잃은 윤 일병 사건만 하더라도 학교폭력과 같이 대물림 폭력이 존재했고 선임병들의 폭력에는 이유가 없었다. 이런 가혹행위는 점차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돌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그 타깃이 된 병사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결국은 정신이상, 탈영, 타 병사 폭행 및 자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분석이다.

김 변호사는 “학교폭력 가해자 및 군대 내 폭력 주동자가 ‘문제사병’이 돼야 함에도 오히려 이들에게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문제사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사병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학교폭력#군대#집단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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