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let's have a soju party(언제 소주 한 잔 하자구.)" "Yes, Professor(예, 교수님.)"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가 7월 초 1학기말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나눈 말이다. 기자에게 한 말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랬을까. 기자는 강 교수에게 신라대 국제학부가 서울의 주요대학에 비해 어떤 비교 우위가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학생들은 교수와의 일대일 대면 접촉을 자주한다.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라는 것이었다.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 대화를 듣고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았다. 강 교수와 학생들이 마치 고향 선후배처럼 자연스럽게 술 약속을 하는 장면을 보고 한국학의 요체는 한국에 대한 지식전달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나누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신라대 국제학부에는 한국학과와 국제관계학과가 들어있다. 국제관계학과라는 게 특이하다. 강 교수는 "한국의 '모든 걸' 묶어놓은 게 한국학이고, 한국은 아시아의 중요한 나라이기에 한국학은 국제관계학과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고 답한다. 한국학과는 외국인 학생만 받는다. 현재 5명의 베트남 학생이 3학년으로 편입해 공부 중이고, 태국 송콜라 왕립대학교생 9명이 교환 학생으로 와 있다. 학부는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2009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홍보 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된 강 교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는 이미 한국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이 덜 소개된 동남아 국가를 타겟으로 잡은 것. 강 교수는 2009년 캄보디아 빠나쌋스뜨라대학(PUC)에 한국학센터(KSC)를 세워 한국 알리기를 시작했다. 신라대에 온 동남아 학생들은 대학 내의 신라한국어교육원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한국학을 교육시켰다. 신라한국어교육연구원은 한국어와 문화교육에 좋은 실적을 쌓아온 기관. 1년간 수학 후 고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은 신라대에서 받은 교육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더 많은 교육기회를 원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국제학부 한국학 전공이다.
한국학과 수업은 전부 영어로 한다. 1학기 마지막 강의는 강 교수의 "What is your point?(요점이 뭐지?)"란 질문에 베트남 학생이 "Well…, my view is that…(에, 제 생각은…)"이라고 답하며 시작됐다. 모두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학생들은 집중했다. 베트남 학생들이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미심쩍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베트남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에 유학 온 인재들이라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강 교수의 유창한 영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강 교수의 '국제학부를 통한 동남아 지역의 한류 구축'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성장 플랜은 이미 확고히 서있다. 요체는 부산의 국제적 지역적 산업적 특성을 이용하는 것. "외국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부산이 서울보다 국제화가 더 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가깝고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물가 역시 싸 '저비용 고효율'의 공부를 할 수 있지요. 또 부산 경남의 풍부한 산업기반을 이용해 자기나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서 실습경험을 쌓는다면 고국에 돌아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도 "신라대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 다양한 외국문화와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을 받고 있고,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걸 보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드양 티늉 씨(24)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었다.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유창한 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대답을 듣고 있던 강 교수는 "이들은 10년 후쯤이면 베트남의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리더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것이고,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한류'입니다. 가요, 드라마 같은 한류도 좋지만 한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묵묵히 걸어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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