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학생이 제일 입사하고 싶은 한국 기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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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가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보니…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가 한국학과에 재학중인 베트남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있다.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가 한국학과에 재학중인 베트남 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하고 있다.
"One day let's have a soju party(언제 소주 한 잔 하자구.)"
"Yes, Professor(예, 교수님.)"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가 7월 초 1학기말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베트남 유학생들과 나눈 말이다. 기자에게 한 말도 아닌데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랬을까. 기자는 강 교수에게 신라대 국제학부가 서울의 주요대학에 비해 어떤 비교 우위가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학생들은 교수와의 일대일 대면 접촉을 자주한다.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라는 것이었다. 가슴에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 대화를 듣고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았다. 강 교수와 학생들이 마치 고향 선후배처럼 자연스럽게 술 약속을 하는 장면을 보고 한국학의 요체는 한국에 대한 지식전달도 중요하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나누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된 신라대 국제학부에는 한국학과와 국제관계학과가 들어있다. 국제관계학과라는 게 특이하다. 강 교수는 "한국의 '모든 걸' 묶어놓은 게 한국학이고, 한국은 아시아의 중요한 나라이기에 한국학은 국제관계학과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고 답한다.
한국학과는 외국인 학생만 받는다. 현재 5명의 베트남 학생이 3학년으로 편입해 공부 중이고, 태국 송콜라 왕립대학교생 9명이 교환 학생으로 와 있다. 학부는 한국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2009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 홍보 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된 강 교수는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는 이미 한국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이 덜 소개된 동남아 국가를 타겟으로 잡은 것.
강 교수는 2009년 캄보디아 빠나쌋스뜨라대학(PUC)에 한국학센터(KSC)를 세워 한국 알리기를 시작했다. 신라대에 온 동남아 학생들은 대학 내의 신라한국어교육원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한국학을 교육시켰다. 신라한국어교육연구원은 한국어와 문화교육에 좋은 실적을 쌓아온 기관. 1년간 수학 후 고국으로 돌아간 유학생들은 신라대에서 받은 교육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더 많은 교육기회를 원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국제학부 한국학 전공이다.

한국학과 수업은 전부 영어로 한다. 1학기 마지막 강의는 강 교수의 "What is your point?(요점이 뭐지?)"란 질문에 베트남 학생이 "Well…, my view is that…(에, 제 생각은…)"이라고 답하며 시작됐다. 모두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학생들은 집중했다. 베트남 학생들이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미심쩍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베트남 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에 유학 온 인재들이라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강 교수의 유창한 영어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글로벌 한국학센터를 설명하는 강경태 교수
글로벌 한국학센터를 설명하는 강경태 교수
강 교수의 '국제학부를 통한 동남아 지역의 한류 구축'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성장 플랜은 이미 확고히 서있다. 요체는 부산의 국제적 지역적 산업적 특성을 이용하는 것. "외국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부산이 서울보다 국제화가 더 된 도시입니다. 일본과 가깝고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물가 역시 싸 '저비용 고효율'의 공부를 할 수 있지요. 또 부산 경남의 풍부한 산업기반을 이용해 자기나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서 실습경험을 쌓는다면 고국에 돌아갔을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도 "신라대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 다양한 외국문화와 국제적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을 받고 있고,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걸 보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신라대 국제학부 한국학과에 재학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이 알림판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신라대 국제학부 한국학과에 재학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이 알림판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드양 티늉 씨(24)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었다.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유창한 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대답을 듣고 있던 강 교수는 "이들은 10년 후쯤이면 베트남의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리더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한국의 영향력도 점점 커질 것이고,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한류'입니다. 가요, 드라마 같은 한류도 좋지만 한국을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에 유리하다고 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묵묵히 걸어 갈 겁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부산=이종승 컨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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