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처럼… 박스권 ‘덫’에 빠진 한국 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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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거래규모 8년만에 최저

선진국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신흥국 증시도 살아나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좀처럼 박스권의 덫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파티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채 소외된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 증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저조한 기업실적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국내 증시의 박스권 돌파가 쉽지 않겠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답답한 축구처럼 꽉 막힌 한국 증시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답답한 경기를 보는 듯 국내 증시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2,011.34로 시작한 코스피는 2일 2,015.28로 장을 마쳤다. 상반기 내내 2,000 선 부근에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상반기 주식거래 규모도 8년 만에 가장 작았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주식 거래대금은 666조81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5%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2006년 하반기(530조4181억원) 이후 가장 작다. 상반기 주식거래량도 694억 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0% 감소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서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9.47포인트(0.77%) 오른 16,956.57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13.09포인트(0.67%) 오른 1,973.3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도 올해 개장일과 6월 30일 주가를 비교했을 때 영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추락했던 신흥국 주가도 올해 들어 인도 센섹스지수가 19%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한국 증시의 소외감을 더하고 있다.

○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일 수 없는 구조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 기업실적, 수급상황, 내수침체 등으로 한국 증시가 답보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기 힘든 구조였다”며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경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아 주가는 오름세를 타지 못했고, 그렇다고 워낙 낮은 금리 때문에 떨어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 2분기 이후에도 한국은 외국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 기관들이 펀드를 팔아치워 주가에 발목을 잡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침체가 심화됐다”며 “거의 유일한 매수 주체라 할 수 있는 외국인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등락만 반복했다”고 분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10년 말 이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감소했고, 물가도 떨어지고 글로벌 수요도 약해졌다”며 “반대로 미국은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였기 때문에 증시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변곡점 넘어 반등 가능성도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으로부터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점은 한국 증시엔 기회이지만, 기업실적 등 자체적인 상승 동력이 없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물가와 시장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상승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렬 팀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을 통한 경기 선순환이 진행되면 신흥국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국 경제 역시 예상보다 선방하고 시장개방 본격화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경제 회복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진한 기업이익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까지 일회성 손실요인이 많았는데 올해는 없어 기업이익이 지난해보다는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 2,200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윤남 센터장도 “변곡점은 통과한 것 같다”며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글로벌 수요가 늘어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면 상황이 나쁘진 않다”고 전망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박민우 기자
#한국 증시#코스피#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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