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티키타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World Cup Brasil 2014]
세계1위 스페인, 칠레에도 완패 탈락
유로2008 이후 6년간 호령했지만 변화 꺼리고 젊은 선수 수혈 없어
중원 압박 대응전술에 속수무책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14일 ‘무적함대’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5로 참패했을 때 “네덜란드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 스페인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졌던 네덜란드는 절치부심하며 설욕을 준비한 반면 스페인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다 당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은 19일 칠레에도 0-2로 완패해 2연패로 32개 출전국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이 좌절되며 ‘준비되지 않은 왕국의 몰락’을 지구촌 팬들에게 보여줬다.

스페인의 침몰은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여줬다. ‘미니 월드컵’으로 알려진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8에서 우승한 뒤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정상’의 금자탑을 쌓은 스페인의 참패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이었다.

세밀한 패스플레이인 ‘티키타카’로 세계를 호령하던 스페인은 말 그대로 무적함대였다. 2007년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도입한 티키타카는 그동안 스페인 축구의 대명사였다.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표현한 스페인어에서 따온 티키타카는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멋졌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 등이 미드필드에서 짧게 주고받는 패스에 상대는 맥을 못 추고 무너졌다.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도 도입해 유럽 프로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6년간의 빛나는 성적표 속에 새로운 변화는 없었다. 2008년 스페인 사령탑에 오른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전임 아라고네스 감독의 전략전술을 그대로 유지했고 젊은 피를 수혈하는 데 소홀했다.

반면 독일과 네덜란드 등 강호들은 스페인을 깰 비책 찾기에 분주했다. 독일은 조제 모리뉴 감독(첼시)이 창안한 ‘질식수비’를 진화시킨 ‘게겐프레싱(압박)’을 도입했다.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로프 감독은 공을 뺏긴 그 자리에서 전진압박을 가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상대를 당황하게 해 공을 빼앗아 빠른 역습으로 무너뜨리는 전략이 게겐프레싱이다. 이는 네덜란드에서도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게겐프레싱까지는 아니었지만 스리백(수비라인 3명)에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투입해 사실상 5명의 수비라인으로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너뜨렸다. 스리백을 미드필드로 끌어올려 스페인의 공격을 차단하고 바로 역습하는 전략을 썼고 이에 대응하지 못한 스페인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를 운영하는 스페인은 한때 국제무대에서는 힘을 제대로 못 썼다. 선수들 체격이 작은 데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스티야와 FC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로 대변되는 지역감정 탓에 선수들이 팀워크를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이런 한계를 깬 게 티키타카였다. 티키타카는 스페인 축구에 새로운 변화이자 하모니였다. 2010년 첫 월드컵 정상의 원동력이었다. 무너진 스페인 축구가 다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선 ‘제2의 티키타카’ 같은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