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관진 새 안보실장, 전략적 사고와 능력 갖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새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새 국방부 장관에는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내정한 것은 검증된 인물을 기용해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으로 일차적인 소임을 다할 수 있지만 국가안보실장은 국가 위기의 관리뿐만 아니라 대북 교류 협력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척시켜 ‘통일 대박’의 길을 닦는 일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실장은 주변국 외교에도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외교안보 정책 전체의 강약과 완급을 유연하게 조정하려면 확고한 안보관을 넘어서는 창의적 발상도 중요하다. 김 실장은 역시 군 출신이었던 김장수 전 실장에게서 아쉬웠던 외교 및 정무 감각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앞날을 예단하기 힘든 세력 균형의 변화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했지만 누적된 재정 적자로 국제적인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일본은 미국의 부담을 나눠 지겠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수록 힘이 커지는 중국은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미국에 날을 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이 납북자 문제 재조사와 연계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의 패권 경쟁에 한국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북한이 오판을 하거나 우리를 떠보는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공언한 데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대한 포격, 무인기 침투, 대남 심리전 등 각종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물론이고 전면전 등에 만전을 기해 세월호 참사로 가뜩이나 안전에 예민해진 국민들이 국가 안위까지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새 국가정보원장에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댓글 사건에 이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정원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적인 중립성이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다. 역대 국정원장들이 정권과 임명권자에 대해서만 충성하다가 무리수를 둬 퇴임 후 사법 처리되고, 조직은 조직대로 망가졌던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정파를 떠나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하는 유능한 인사를 발탁해 무너진 대북정보망을 복원하고 국정원 기능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국가안보실장#김관진#국방부 장관#한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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