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중경]김연아를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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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노력-도전의 아이콘
피겨 불모지 역경 딛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피겨여왕
반짝스타 대우하다 잊어버리면 위대한 역사 한페이지 버리는 것
연아를 사회발전 롤모델 삼는게 미래세대 위해 우리가 할 일

최중경 객원논설위원 미국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
최중경 객원논설위원 미국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
이달 초 은퇴한 김연아는 특별한 존재다. ‘3회전-3회전’ 연속점프는 스포츠를 넘어선 예술이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전 세계 해설자들의 찬사 중 으뜸은 “이 어린 숙녀의 연기를 묘사할 형용사가 부족합니다”이다. “심판들은 휴가를 가도 됩니다” “완벽함이란 게 존재한다면 여러분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김연아의 연기입니다” “이 어린 아가씨가 여자 피겨의 수준을 이끌 것입니다”도 극찬 중 극찬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아는 미국피겨스케이팅협회가 2010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차로 ‘남녀를 통틀어 역사상 최고의 스케이터’로 선정되었다. ‘3회전-3회전’ ‘2회전 반-3회전’ ‘2회전 반-2회전-2회전’ 연속점프 등 김연아의 트레이드마크 기술들을 유망 신인들이 모방하고 있다. 러시아 소치에서 석연치 않은 금메달을 딴 소트니코바도 김연아의 기술을 모방하는 김연아키즈 중 하나라고 해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연아가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와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마주쳤을 때 아사다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14세의 나이로 3회전 반(트리플악셀) 점프를 뛰어 김연아보다 20점을 앞서며 챔피언이 됐고 김연아는 2위를 했다. 김연아는 현명했다. 실패 확률이 높은 3회전 반 점프에 도전하는 대신 ‘3회전-3회전’ 연속점프를 대항무기로 다듬었고, 아사다가 따라올 수 없는 예술성과 음악해석 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워 품격이 다른 선수로 성장하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만약 김연아가 3회전 반 점프를 모방하려 했다면 아사다의 아류라는 굴레에 갇혀 영원한 2인자로 남았을 것이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아사다를 넘어선 김연아는 안주하지 않고 캐나다의 피겨 영웅 브라이언 오서를 새로운 코치로 영입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추구했다. 김연아는 캐나다에 간 이후 표정이 밝아졌고 동양적 섬세함에 서구의 스케일이 가미되어 기술의 완성도와 예술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 경기 당일에 캐나다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장점도 있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금메달을 딴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가 김연아의 은퇴 공연 테마음악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택한 것도 이탈리아 관중을 의식한 선택이었다.

소치 올림픽에서의 편파 판정을 뒤로 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한 김연아의 어린 시절은 피눈물 나는 연습 그 자체였다. 완벽한 점프를 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된 연습의 후유증으로 늘 허리와 고관절 부상의 고통에 시달렸다. 김연아의 찬란한 업적은 성공의 기반이 성실한 노력임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김연아를 역사로 기록하고 기리는 일이다. 김연아를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 그리고 성실성’의 표상으로 삼아 자라나는 세대의 인성교육에 활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김연아가 실천한 ‘완벽함의 추구’를 거울 삼아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관리에 완벽을 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 ‘업그레이드 전략의 끊임없는 추구’라는 김연아의 세계 최고 달성 전략을 연구해 기업경영에 참고해야 한다.

김연아 빙상경기장 건설이 경제적 타당성, 자치단체장 교체로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서 시야가 넓은 사람들에게 공직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 정치풍향에 따라 김연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어이없는 현실이 젊은이들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수익, 비용만 갖고 주판알을 튕기는 편협함이 어떤 좌절감을 안기는지 모두 생각해 보아야 한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소개했듯이 ‘피겨 불모지를 딛고 단기필마로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세계에 알린 김연아’의 무게와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신적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연아를 반짝 스타로 대우하다 연예인이 퇴장하듯 잊어버린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겨서 버리는 것이 된다. 김연아를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역할 모델’로 삼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다. 김연아 빙상경기장 건립은 기본이고, 밴쿠버 올림픽 우승 점수(228.56점)를 새긴 동판을 기업현장에 걸어 놓고 제품과 서비스의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적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최중경 객원논설위원 미국 헤리티지재단 연구위원 choijk19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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