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12개 국가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 보고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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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벤처의 정답은 아니야”
각 나라마다 환경 완전히 달라 지역특성 살린 맞춤지원 필요

“역사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실리콘밸리가 아시아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한국의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 아시아 12개 나라 창업기관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하면 미국 실리콘밸리를 먼저 떠올리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 및 인프라 △규제 △자금 △인재 △기술 △문화와 정신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12개 국가를 4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각 국가별 차이점은 뚜렷했다. 한국은 강한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인수합병 문화나 자금 지원이 약했다. 반면 싱가포르나 대만은 창업자의 자금 확보가 쉽지만 창업 의지가 낮았다. 중국과 인도는 기술과 규제 모두 수준이 낮지만 시장 규모가 크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지녔다.

첫 번째 그룹인 한국과 일본은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과 높은 경제수준 등 시장과 인프라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창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이나 벤처 캐피털 자금 지원 문턱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시행한 '성장 사다리 펀드' 조성과 같은 적극적 창업 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번째 그룹으로 분류된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창업 생태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술과 인재, 자금 확보의 용이함이 모두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도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이 그룹 국가들에서는 실제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부족해 ‘기업가 정신 독려’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반대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그룹은 시장, 인프라, 규제, 기술 측면에서는 모두 좋지 않은 점수가 매겨졌지만 창업 문화와 활동은 적극적이다. 이 4개 나라는 전체 성인 인구 중 창업 3년 이내 종사자 비중이 15∼25%로 상당히 높다. 대부분 창업 활동이 자생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어 향후 수년 내 ‘창업의 메카’로 떠오를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처럼 각기 다른 환경에서는 ‘실리콘밸리 따라하기’가 아닌 맞춤형 창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은 “실리콘밸리만 좇는 창업 활성화 정책보다 서로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참고해 부족한 부분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창업#스타트업#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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