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심슨가족’ 작가와 함께하는 유쾌한 수학여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심슨 가족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사이먼 싱 지음·한상연 옮김/300쪽·1만4000원·윤출판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작가들이 수학자인 줄은 몰랐다. 이들의 학력은 대학 교수진보다 화려하다. 앨 진은 16세에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한 영재다. 제프 웨스트브룩은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예일대 부교수를 지냈다. 스튜어트 번스는 하버드대 수학과 졸업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수학 석사이고, 켄 킬러는 하버드대 응용수학 박사, 데이비드 코언은 하버드대 물리학 학사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과학 석사다.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어 수학자의 꿈을 접고 할리우드로 향한 이 수학 괴짜들은 TV 역사상 가장 ‘수학적인’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심슨 가족’에는 무수한 수학적 코드가 숨어 있다. 천재소녀 리사 심슨은 기하학을 활용해 퍼팅 한 번으로 홀인 할 수 있는 골프공의 이상적 궤적을 계산해낸다. 야구장 에피소드에서는 스크린에 오늘의 관중 수를 맞히는 문제가 뜬다. 보기는 ‘1) 8191명 2) 8128명 3) 8208명’인데, 이들은 예사 숫자가 아니다. 8191은 ‘메르센 소수’이고, 8128은 ‘완전수’이며, 8208은 ‘나르시시즘 수’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대중적인 글쓰기 솜씨를 인정받은 저자는 수학 마니아들만 알아챌 ‘심슨 가족’의 수학코드를 수학의 역사와 야사로 살을 붙여 입담 좋게 풀어낸다. 등장인물끼리 “무한대로 아냐” “무한대+1로 아냐”라며 말싸움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무한에 관한 가장 유명한 설명인 ‘힐베르트 호텔’ 이야기로 ‘무한+1’이 ‘무한’보다 크지 않음을 설명한다.

수학 영재들이 쓰는 ‘심슨 가족’은 TV 역사상 최장기 시리즈이자 에미상을 20회 넘게 받을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며 대학 교수들이 수학 강의 때 요긴하게 활용하는 교재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과에서는 ‘심슨 가족’의 가위바위보 장면을 활용해 게임이론을 가르친다.

수학자가 코미디도 잘 쓰는 비결이 뭘까. 작가들은 말한다. “수학적 사고는 조크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 수학의 핵심이 논리인데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모순된 상황에서 굉장한 유머를 찾아낸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심슨 가족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메르센 소수#무한대#심슨 가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