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경은 국민보다 전관예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세월호 수색과 수사를 맡은 해양경찰청이 청해진해운 및 해운업계, 해난 구조업계와 얽힌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접수 뒤 신속한 출동도, 적극적 구조도 하지 못한 채 배 밖으로 빙빙 돌기만 했던 해경이다. 반면에 업계와는 유착관계를 맺고 ‘해경 마피아’를 챙겨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해경의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은 과거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로 세모그룹에 근무했던 경력이 드러나 어제 경질됐다. 세모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전신(前身)이다. 그는 “해경에 온 후 구원파나 청해진해운과 접촉한 적 없다”고 했지만 스스로 업무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 판사들도 자신과 관련 있는 사건은 아예 피한다. 참사 초기 수사와 구조 상황을 브리핑한 이 국장이 공정한 역할을 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해경 수사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사고 당일 얼굴빛이 붉어 음주 논란이 일었다. 해경은 “음주 측정을 했으나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측정 시점과 장소는 밝히지 않고 있다. 수사에는 소극적인 해경이 선장과 선원들을 목포해경 직원의 집에 데려다 재워 의혹을 키웠다.

해경과 민간 구조업체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의 관계도 석연찮다. 언딘의 김모 대표는 지난해 1월 해경이 전국 해운산업 관련자를 모아 만든 한국해양구조협회의 부총재를 맡고 있다. 해양구조협회는 해경이 퇴직 선배들을 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해경이 언딘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인 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전단(UDT) 19명이 현장에 출동했는데도 언딘이 잠수하는 동안 이들은 물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국방부는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경이 해군의 현장 접근을 통제하여 잠수 미(未)실시’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말을 바꿨지만 해경이 언딘을 위해서 해군 최정예 잠수요원 투입을 막은 것이 사실인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해경은 19일에도 자원봉사 잠수부가 처음 세월호 선내에 있는 시신을 발견했는데도 언딘의 공(功)이라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한 적이 있다.

해경의 간부들은 퇴직과 동시에 해운회사와 관련 협회 및 조합의 임원으로 재취업해 전관예우를 누리고 있다. 만일 ‘해경 마피아’가 세월호 참사의 신속한 대응을 방해했다면 국민적 공분(公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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