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賞 선택은… 국익보다 국민의 알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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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A 불법도청’ 실태 폭로… WP-가디언 공동 수상
‘안보훼손’ 비판론 누그러뜨려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넘겨준 기밀서류로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이 언론 분야의 최고 권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독자의 알 권리’와 ‘국익(國益)’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미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4일 저널리즘 14개 부문 및 문학·음악 7개 부문의 2014년 수상작을 발표하고 대상 격인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작에 WP와 가디언의 폭로 기사를 선정했다. 수상작을 쓴 기자는 WP의 바턴 겔먼(54)과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47) 등 총 3명. 이들은 스노든의 문건을 토대로 미국 정부가 전자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을 통해 수백만 명의 전화 통화 내역과 e메일 정보를 수집한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퓰리처상은 미 언론재벌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1917년 창설됐다. 헝가리 출신 유대계 미국인인 그는 19세기 말 미 최대 신문 뉴욕월드 등을 운영했다. 전문 언론인 교육기관의 시초로 평가받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도 그의 유산으로 만들어졌다. 퓰리처상은 수상자를 미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기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가디언 보도는 뉴욕 지사를 통해 나와 수상이 가능했다. 시상식은 5월 말 컬럼비아대에서 열린다.

그동안 미 보수층에서는 스노든 관련 보도가 전 세계를 뒤흔든 엄청난 특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가안보를 훼손했다며 비판을 강하게 제기했다. 비판론자들은 문건 제공자인 스노든이 러시아로 망명하자 그가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가 아닌 ‘반역자’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보수성향 시민단체 ‘애큐러시 인 미디어’는 “미국인을 테러 공격에 노출시키고 군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밀문서를 건네받은 사람이 퓰리처상을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퓰리처상은 정보원이 아니라 보도 자체에 수여하므로 사회적 의미와 파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번 보도가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 및 사생활 침해에 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 등이 선정위원 19명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도에 비판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논란이 계속되자 NSA의 정보수집 범위를 제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은 이날 “두 신문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의 미래가 밝아졌다”고 수상을 축하했다. 이어 “정부의 불법 활동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큰 보상”이라며 “엄청난 위협에 맞서 헌신과 열정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취재진에게 큰 빚을 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속보 부문은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소식을 심층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사진 부문은 지난해 9월 케냐 쇼핑몰 테러 사진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가 각각 수상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퓰리처상#워싱턴포스트#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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