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제10조’ 실효성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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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위반자 재심청구 늘듯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 자체의 효력을 없애지 않고 ‘…라고 해석하면 위헌’이라고 밝히는 변형된 형태의 위헌 결정이다. 재판관들은 야간 시위를 무조건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야간 시위를 허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놓고는 의견을 달리했다.

한정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은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는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범주에 속해 특별히 공공의 질서와 법적 평화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밤 12시 이후의 시위는 “국민의 주거나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 현황, 법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재판관 3명은 “헌재가 스스로 일정 시간대를 기준으로 위헌과 합법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건 입법자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전부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야간 시위가 사실상 전면 허용되면서 집시법 제10조는 실효성을 잃게 됐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0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시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야간 시위는 전면 허용된 셈이다. 야간 옥외집회의 경우 헌재가 2009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10년 6월 30일까지 입법 개선을 하라”고 했으나 관련 조항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그해 7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으로 야간 집회와 시위가 모두 허용된 셈이다.

이번 결정은 강모 씨가 2008년 6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야간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50만 원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에 집시법 제10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한 데서 비롯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헌재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집시법 제10조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은 재심 청구가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면 재판이 새로 시작되는데,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야간 시위만으로 기소된 사례는 극히 드물고 폭행 협박 등의 혐의와 함께 유죄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집시법#야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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