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텔레콤, 통신대란에 보상은 ‘병아리 눈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2일 03시 00분


그제 오후 6시부터 밤늦게까지 휴대전화 불통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이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피해 고객 560만 명에게 각각 피해 금액의 10배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시간대에 통화를 못한 SK텔레콤 고객은 평균 4355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2700만 명의 SK텔레콤 고객은 월 기본요금에서 하루치를 감면받는다. 그러나 통신 대란을 일으켜 놓고 회사가 피해 보상만 해주면 끝이라는 태도는 곤란하다. 이번 사태로 SK 고객과 통화하지 못한 KT와 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가입자도 피해자다.

이 사건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이 회사의 통신 장애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SK텔레콤 데이터통신이 2시간 동안 불통됐다. 그런데도 회사는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고객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사고 원인이 시스템 탓인지, 부주의로 빚어진 인재(人災)인지 철저히 밝혀내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더구나 통신 장애가 6시간이나 이어지는 동안 회사는 이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았다.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할 비상대책도 없었다. 고객은 왜 전화가 안 되는지 깜깜한 터널 안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고객 신뢰를 잃은 회사는 존속하기 어렵다. 지금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수감돼 있는 비상경영 체제다. 오너가 없는 위기 상황일수록 경영진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라는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휴대전화는 다른 소비재와 달리 국가안보나 재난 대비와도 직결돼 있는 특수한 통신수단이다. 개인적인 용무든, 사업용 통화든 꼭 필요할 때 전화가 안 됐을 경우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은 산정하기도 어렵다.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로서 막중한 책임의식을 보여야 한다.
#SK텔레콤#피해 보상#통신 장애#책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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