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봉 아닌 성과 따라 임금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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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제시
“기업부담 커 고용불안 되레 심화”… 노동계 “사용자에 유리한 체계” 반발

정부가 연공에 따라 정기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축소하고 성과와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19일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계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임금체계”라며 반발하고 나서 앞으로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에서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직무급 능력급 등 성과와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담은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배포했다. 고용부는 매뉴얼에서 “제조업 생산직과 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호봉제가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근속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서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임금 구성을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화 △호봉제 축소 △성과 연동 상여금 도입 등. 현재 많은 기업은 기본급을 적게 주는 대신 상여금과 수당 등을 고정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당과 고정상여금 역시 성과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곳이 많다. 고용부는 이를 모두 기본급 중심으로 통폐합하고 수당 역시 성과와 직무수행 능력 등을 반영하는 통폐합 모델을 제시했다. 또 연공에 따른 자동 상승분을 지금보다 축소하고, 수당과 상여금 역시 기본급과 연동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선 것은 현 임금체계로는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 등 변화하는 근로환경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서는 정년이 연장돼도 임금 부담 때문에 실제 정년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많지 않을 수 있고, 기업 역시 신규 채용을 꺼릴 수 있어 이에 따른 고용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상임금이 확대되고 정년이 연장되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고용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성과와 능력을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기업도 이익이고, 근로자의 고용 안정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협상 또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을 통해 정해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매뉴얼을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놓자 재계는 환영했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매뉴얼은 고령자의 임금을 깎아 사용자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사용자 편향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임금체계#개편 매뉴얼#고용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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