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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바비큐-구토 퍼포먼스… ‘팝 몬스터’ 가가의 Maaad 스테이지

입력 2014-03-17 03:00업데이트 2014-03-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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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W 음악 페스티벌 레이디 가가 특별공연
13일 밤(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의 식당 겸 공연장 ‘스터브스’ 무대에서 레이디 가가가 첫 곡 ‘아우라’(Aura)를 바비큐 조리용 봉에 포박된 채 부르고 있다. 이날 그가 펼친 ‘구토 예술’은 인터넷상에서 ‘예술이냐, 관객 모독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공연장은 시내 바비큐 식당 ‘스터브스’의 뒤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음악 페스티벌 참가자 중 사전응모에서 뽑힌 1400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취재진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자는 운 좋게 당첨됐다. 특설무대 크기는 기껏해야 서울 홍익대 앞 큰 라이브 클럽의 무대 정도. 무대는 허름한 텍사스식 바비큐 바처럼 꾸며졌다. 장작불 위에 웃고 있는 돼지 머리 주변으로 ‘레이디 가가의 돼지 바비큐 집’이라는 글귀가 조악하게 쓰인 네온사인이 걸렸다.

11∼16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2000여 개의 견본 공연은 대부분 아직 주류의 조명을 받지 않은 인디 음악인을 위한 자리였다. 13일 밤(현지 시간) 미국의 유명 과자 상표 ‘도리토스’ 후원으로 열린 팝스타 레이디 가가(28) 콘서트는 뉴욕 뒷골목의 실험극장 무대 같았다.

오후 10시. 무대 한가운데 마련된 의자에 가가를 닮은 여자가 앉았다. 전날 ‘케이팝의 밤’ 행사장에서 봤던 금발이 아닌, 흑갈색 머리였다. 들고 나온 바비큐와 소시지를 말없이 탐식하던 그는 5분간의 ‘먹방’ 퍼포먼스를 씹다 남은 걸 관객을 향해 뱉고 집어던지는 걸로 끝냈다. 객석의 환호에 야유가 섞여들었다.

그는 가가를 연기한 가짜였다. 진짜 가가는 곧이어 전기기타의 굉음과 함께 통돼지 바비큐처럼 조리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등장했다. 목이 꺾인 채 마이크에 대고 ‘아우라’(Aura)를 불렀다. 포박된 봉에서 풀려난 가가는 건반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며 ‘매니큐어’ ‘주얼스 앤드 드럭스’까지 소화한 뒤에야 텍사스 관객들에게 다정한 첫 인사를 건넸다. “부탁 하나 들어줄래? 빌어먹을 (휴대)전화 (카메라) 좀 내려놔. 눈 감고 음악에 집중하라고.”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구토 예술’. 넷째 곡 ‘스와인’(돼지)에서 가가는 “아티스트 친구, 밀리”를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전자드럼 앞에 앉으며 가가는 흰 앞치마를 목에 둘렀고, 밀리는 페트병에 담긴 걸 마신 뒤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어 연주 중인 가가의 몸 위에 액체를 게워냈다. 구토는 27번쯤 반복됐다. 객석이 잠잠해졌다. 가가의 흰 앞치마가 캔버스처럼 얼룩졌다.

곡의 후반부는 한술 더 떴다. 가가는 무대 한쪽에 설치된 로데오 기계의 등에 밀리와 마주 보고 함께 올라탔다. 기계가 360도 돌며 격하게 요동하는 가운데 가가는 로데오 머리에 뿔처럼 달린 건반을 치며 노래했고, 밀리는 가가를 향한 ‘토하기 예술’을 계속했다. 격정적 성교 같은 둘의 퍼포먼스는 검은 용액에 범벅된 가가와 밀리가 노래 종결과 동시에 쓰러지는 것으로 끝났다.

‘앙코르!’의 연호 속에 재등장한 가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죽는다면,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린 글은 거의 기억되지 않을 거예요. 집에 돌아가면 기타나 피아노, 펜이나 종이를 마주하세요. 기계나 컴퓨터가 당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세요. 음반사가, 규칙이 기대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하세요.”

가가는 다음 날 오전 시내 힐턴 호텔에서 열린 SXSW 기조연설에 쓰레기처리용 봉투를 기워 만든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팝 몬스터’는 전날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에겐 이상하거나 잘못돼 보이는 게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SXSW에 딱 맞는 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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