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줄인상 우려 높은데… 요금 낮출 경쟁도입은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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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반발’에 발목잡힌 경제정책]
추진력 잃은 가스-전기료 체계 개혁

도시가스 요금이 1월 1일부터 5.8% 인상돼 연초부터 공공요금이 줄지어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요금 인하를 위해 추진했던 각종 ‘경쟁 도입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공공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진된 각종 정책이 공공기관들의 강한 저항과 정치권의 이견 속에 추진력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하 및 물가 안정’과 ‘공기업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공공요금의 거품을 걷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천연가스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가스 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가스공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스 수입 시장에 민간 기업들을 참여시켜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초부터 개정이 추진됐던 법이다.

문제는 민간 기업들이 천연가스를 수입해 국내의 다른 수입업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재판매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안의 내용이 크게 후퇴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 노동조합이 “가스 민영화의 시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야당까지 거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스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낮아지기를 기대했던 정부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산업부는 경쟁 체제가 도입돼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들의 가스 직접 수입이 늘면 가스 수입 단가가 10% 하락하고 전기요금이 2.5%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1995년 가스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 일본이 가스공급과 관련한 경비가 낮아지는 효과를 봤던 만큼 가스요금 인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실상 가스 수입 독점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가스 수입국인 일본과 스페인은 경쟁 체제 도입 후 가스요금이 14∼15%나 낮아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상수도 경쟁 체제’ 역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정수시설을 갖추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돗물을 다른 지자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자체 간의 경쟁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럴 경우 수도요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재 다른 지자체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곳은 정수시설이 없는 세종시 정도다.

전력 분야에서도 1999년부터 경쟁 체제 도입을 위해 추진했던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2004년 중단된 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시장은 민간 발전사들에 개방했지만 전력 송·배전과 판매는 여전히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전력 판매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이스라엘뿐이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억눌렀던 공공요금 정상화도 필요하지만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시기를 분산해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요금 원가 자체를 낮추기 위해 가스 시장 개방 등의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공공요금#민영화 반발#가스#전기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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