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馬는 실제로 있다?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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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인 올해, 역동성 상징하는 ‘청마의 해’라는데…

유사 ‘청마 후보’는 바로 검은 말이다. 검은색이 아주 짙은 개나 까마귀의 경우 ‘푸른빛’을 띠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 전체가 검은 말은 우리나라에서 ‘가라’라고 한다. 네 다리와 꼬리 갈기는 검은색이고 나머지 몸통이 적갈색인 ‘유마’, 몸통 전체가 적색인 ‘적다’와 함께 말의 기본 털 색깔 중 하나다. 이들 기본색에 다양한 유전자의 영향이나 염색체 돌연변이에 따라 회색이나 얼룩덜룩한 하얀반점이 있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유사 ‘청마 후보’는 바로 검은 말이다. 검은색이 아주 짙은 개나 까마귀의 경우 ‘푸른빛’을 띠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 전체가 검은 말은 우리나라에서 ‘가라’라고 한다. 네 다리와 꼬리 갈기는 검은색이고 나머지 몸통이 적갈색인 ‘유마’, 몸통 전체가 적색인 ‘적다’와 함께 말의 기본 털 색깔 중 하나다. 이들 기본색에 다양한 유전자의 영향이나 염색체 돌연변이에 따라 회색이나 얼룩덜룩한 하얀반점이 있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갑(甲)은 푸른색을, 오(午)는 말을 의미해 올해는 ‘청마의 해’다. 역술가들은 ‘박력’과 ‘도약’을 의미하는 말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푸른색과 만났기 때문에 2014년은 매우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올해를 상징하는 ‘푸른색 말’은 실제로 존재할까.

김남영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시험장 연구사는 “색깔이 아주 검은 개나 까마귀에게 ‘청색을 띤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털이 아주 짙은 흑색을 띠면 푸른빛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푸른빛이 돌 정도로 짙은 검은색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육십갑자에서 얘기하는 청마는 상상 속의 동물이란 뜻이다. 네덜란드 북부 산악 및 고원지대에서 서식하는 ‘프리지아’ 같은 종의 경우 아주 짙은 흑색이어서 청마의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전자가 말의 털 색깔 결정한다

말의 색깔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말은 털 색깔의 분포에 따라 ‘가라’, ‘유마’, ‘적다’로 나뉜다. 가라는 몸 전체가 검은색인 경우, 유마는 네 다리와 꼬리 갈기는 검은색이고 나머지 몸통이 적갈색인 경우, 적다는 몸통 전체가 적색인 경우를 가리키는 전통적 표기 방식이다.

말의 기본 털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MC1R’와 ‘ASIP’라는 유전자다. MC1R 유전자는 E + 와 E e , ASIP 유전자는 A와 a라는 유전인자를 갖는다. 어미말과 아비말에서 각각 받은 유전인자들이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가라, 유마, 적다로 태어나는 것이다.

또 털 색깔이 회색인 ‘총마’가 나오기도 한다. 총마는 유전자 ‘STX17’과 관련이 있는데, 이 유전자는 G와 g라는 유전인자를 갖는다. 부모로부터 적어도 하나의 G 유전인자를 받았다면 MC1R나 ASIP 유전자와 무관하게 털의 색이 회색이 된다. 총마를 결정짓는 STX17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비해 우선적으로 발현된다는 뜻이다. 어릴 적에는 가라나 유마, 적다의 모습을 갖지만 자라면서 탈색이 되면서 회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한편 염색체 돌연변이로 말의 몸통에 하얀 반점 형태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말의 3번 염색체 일부분의 순서가 바뀌면 피부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월라’가 되는 것이다. 월라는 가라와 유마, 적다 같은 기본 색에 네 다리는 하얗고 몸통이 얼룩덜룩한 특징이 있다. 김 연구사는 “이들 유전자 외에도 크림색을 내거나 색을 연하게 만드는 등 말 털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다양하게 발견돼 보고됐다”고 말했다.

○ 유사 ‘청마 후보’는 가라말

결국 짙은 흑색을 띠는 ‘청마 후보’ 말은 적어도 한쪽의 부모에게서 E+ 유전인자를 받고, 두 부모 모두에게 a유전인자를 받은 가라말이 STX17 유전자와 염색체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경우에만 나올 수 있다. 이처럼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가라말은 제주마 중에서도 0.16%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가라는 ‘보통가라’와 ‘먹가라’ 두 가지로 나뉘는데, 보통가라는 털이 일반적으로 검은색을 띠지만 계절에 따라 햇빛을 받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몸통 부위가 갈색으로 변한다. 반면 먹가라는 일년 내내 검은색이 변하지 않는 경우로, 발견하기 쉽지 않다.

김 연구사는 “가라말 중에서도 먹가라가 청마 후보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며 “이런 먹가라를 계획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 말의 유전자 정보를 알고 있을 때, 자식 말의 색깔을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교배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보통가라와 달리 먹가라에 대한 유전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sae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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