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란핵 대화-협상 통해 해결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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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연설서 ‘평화적 해법’ 밝혀… 국제문제 ‘다자 개입주의’ 재강조
이란 대통령도 ‘관계개선 희망’ 화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의지가 확고하지만 평화적 해결을 선호한다는 점을 취임 이후부터 이란 최고 지도자들에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정권에 힘을 실어줘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도 이어진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포기 약속을 번복하면 무력 사용과 제재 등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력 부과 방안에 거부하는 러시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핵심 이익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지 않더라도 미국은 집단적 광기를 막고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다자주의적 개입주의’를 강조했다. 또 “(시리아의 경우) 내부 세력이든 외부 강대국들이든 군사적 행동으로 영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고 말해 국제적 갈등 해결에 무력 사용보다 협상과 외교적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다자주의적 개입주의와 외교적 해결 노력은 2009년 출범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견지해 온 국제정치 노선이다. 한때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과도한 군사 개입과 경제 위기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상대적인 힘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 다시 3대 노선을 강조한 것은 시리아 사태 대응과정에서 제기된 국내외 논란을 정리하고 향후 이란 핵문제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등에 필요한 정책 지침을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여전히 ‘예외국가’이며 지구촌 곳곳의 문제에 간여할 수밖에 없다는 ‘개입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시리아 공습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 내부에 팽배했던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자주의’의 효용성을 크게 강조한 것은 미국 혼자 국제사회의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옛 냉전 시대의 적’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서방 측 파트너들의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고 (시리아 사태 해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을 요구했다. 또 “로하니 대통령의 선언에 대해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현안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힘의 모든 요소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국가이익 수호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동맹국들에 대한 침략이나 테러집단의 공격,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이란 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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