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시조詩가 재즈처럼 흐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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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가객 이기쁨, 21세기형 전통가곡 독창회 선보여

전통가곡의 틀을 깨고 이 시대의 가곡을 들려주는 여창가객 이기쁨. 구슬주머니 제공
전통가곡의 틀을 깨고 이 시대의 가곡을 들려주는 여창가객 이기쁨. 구슬주머니 제공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가곡의 형식에 여창가객(女唱歌客) 이기쁨(29·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 물음표를 던진다. 시조시에 곡조를 붙인 전통적 여창가곡은 한 바탕이 15곡으로 짜여 있다. 이기쁨은 기존의 선율 위에 직접 쓴 노랫말을 얹어 9곡으로 여창가곡 한 바탕을 새로 구성해 선보인다.

‘상공 위 담운(淡雲) 흘러가듯/명운(命運)을 따라 홀려가고/비행기 흔들리듯/담소 안에 흔들흔들/인연은/감언보단 진중이요/운명은 운(雲)을 따라 엮였네.’(‘구름의 연’) ‘마음이 살콩살콩/빙충맞은 깜빡 수에/손 이리저리 발 여기저기/꼭꼭 숨어버린 지갑꼬리’(‘지갑꼬리’)

24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성균소극장에서 열리는 이기쁨의 첫 독창회 ‘시시꼴꼴, 겨우서기’에서 연애, 친구의 죽음, 실연 같은 시시콜콜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21세기형 전통가곡을 만날 수 있다. 이기쁨은 “기존 가곡의 가사는 단어가 어려워서 한문을 찾아보고 뜻을 생각하면서 불렀는데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노래하다보니 더 몰입이 되고 심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창가곡은 원래 가장 템포가 느린 이수대엽(이삭대엽)으로 시작하지만 이기쁨은 속도가 가장 빠른 계면조 편수대엽(편삭대엽)으로 문을 연다. 느림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관객을 위해 빠르고 가볍게 출발해 천천히 풀어가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는 “조선시대 풍류방에서는 시에 곡조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국악 안에 갇혀 있는 전통가곡이라는 박제된 음악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 시대의 가곡을 부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편곡에 참여했고 모던 록 밴드 ‘보드카 레인’의 멤버 이해완이 기타를, 재즈 연주자 안원석이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한다. 가야금과 대금, 소금, 장구도 함께한다. 이기쁨은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탐탁지 않다. 그는 국악인이 아니라 음악인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한다. “동시대 예술인, 음악인들과 함께 서고 싶습니다. 국악인이라는 획일화된 이미지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아요.” 전석 2만 원. 02-747-5035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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