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유커 모시기 ‘3시간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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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산업,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자]
비행기로 3시간이내 있어야 경쟁력
태국-싱가포르, 정부서 전방위 지원… 日-대만, 의료관광 비자로 문턱 낮춰

대만의 동부 연안 도시 화롄(花蓮). 해안 절경이 일품인 관광명소로 유명했던 이곳은 최근 ‘의료관광 도시’로 변신했다. 67개의 의료기관과 여행전문가들이 이곳에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형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50만 대만달러(약 1880만 원) 가격대의 7일 패키지는 건강검진과 함께 미용치료도 제공한다. 100만 대만달러인 14일 패키지를 구입하면 더욱 고급스러운 헬스 케어는 물론이고 노화방지 트리트먼트 등 부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대만 정부가 지방정부, 병원 등과 공동으로 적극적인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지난해에만 5만여 명의 중국인 환자가 대만을 방문했다.

해외 병원으로 의료관광에 나서는 유커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아시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료관광은 항공기로 3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야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태국과 싱가포르는 2011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각각 13억2000만 달러, 8억5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아시아 의료관광 대국이다. 풍부한 관광자원을 내세워 연간 한국의 8배에 이르는 120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태국은 8월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의료관광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강점으로 하는 싱가포르 정부는 아예 의료마케팅 전담 부서까지 두고 유커 잡기에 나섰다.

후발주자 대만과 일본의 추격도 무섭다. 대만은 중국인들이 말이 통한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중국인에게 15일짜리 의료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으로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야심작인 타오위안 국제공항 내 국제의료단지도 내년 완공한다. 일본도 중국 의료관광객을 잡기 위해 2011년 의료관광 비자를 신설해 출입국 문턱을 낮췄다.

중국도 ‘의료관광객 수출국’에서 벗어나 자체 의료시장의 역량을 키우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상하이를 대학병원, 의료기기회사, 재활요양센터, 연구개발(R&D)센터가 들어서는 국제의료특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베이징에는 최고급 의료시설을 갖춘 대형 민간 영리병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국은 의료관광 선진국인 태국과 싱가포르, 후발주자인 대만과 일본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지리적 이점과 뛰어난 의술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형 등 미용 부문에 집중된 의료관광을 부가가치가 큰 수술 중심의 진료과목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용(경제부) parky@donga.com
▽팀원 문병기 장윤정 조은아(경제부) 염희진(소비자경제부) 유근형 이철호(교육복지부)
#의료관광#외국인 의료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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