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5G는 롱텀에볼루션(LTE) 등 현재 쓰이는 4세대(4G) 이동통신보다 속도가 수백 배 빠른 차세대 네트워크로 초고화질(풀HD)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8GHz의 초고주파 대역에서 초당 1기가비트(Gb)급 속도로 최대 2km 떨어진 곳에서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6GHz 이상의 초고주파를 활용해 기가급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G는 현재 이동통신용으로 사용 중인 수백 MHz∼수 GHz 주파수보다 훨씬 높은 대역의 초고주파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초고주파 대역은 기존 이동통신용 주파수에 비해 파장의 길이가 15분의 1 수준으로 짧다. 이 때문에 전파가 쉽게 손실되고 전파의 전달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파장이 짧으면 기지국과 단말기의 안테나 크기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사람의 귀 역할을 하는 안테나 소자 64개를 대규모로 배열해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더 멀리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한 ‘적응배열 송수신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사람의 귀가 소리 나는 물체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처럼 기지국이 사용자 단말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기술을 결합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기술을 포함해 5G 이동통신 핵심 기술을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 개발로 세계 각국의 5G 이동통신 연구와 표준화 논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월 5G 연구를 위해 정부 주도의 ‘IMT-2020(5G) 프로모션 그룹’을 결성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 5000만 유로(약 72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5G가 상용화됐을 때 최대 전송속도는 초당 수십 G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풀HD 영상보다 최대 8배 선명한 초고해상도(UHD) 콘텐츠, 3차원(3D) 영화와 게임 등 대용량 데이터를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 안을 비롯해 언제 어디서나 불편 없이 빠르게 내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5G 시대에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스마트기기 자체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는 차원이 다른 신개념 스마트 기기들이 잇달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휘거나 접었다 펼 수 있는 화면에 클라우딩 컴퓨팅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대용량 파일을 전송받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개발 초기 단계인 시계 형태의 ‘워치폰’과 ‘스마트안경’ 등 ‘입는 스마트 기기’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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