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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막내들이 막내렸다

입력 2013-03-30 03:00업데이트 2015-05-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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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두돌만에 통합챔피언 등극 신화
4대 프로스포츠 최단기간 우승 기록
알레시아의 오픈 공격이 블로킹을 맞고 코트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두 살배기 막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함박웃음보다 더 환한 승자의 눈물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창단 2년 만에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한국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를 통틀어 창단 후 최단 기간 우승 기록이다.

정규리그 1위 기업은행은 2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챔피언 결정(5전 3승제) 4차전에서 2위 GS칼텍스를 3-1(25-18, 20-25, 25-19, 25-21)로 꺾고 3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팀 애칭 ‘알토스’처럼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인 ‘우크라이나 공주’ 알레시아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알레시아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6점을 올렸다.

이틀 전 열린 3차전 4세트. 기업은행은 24-21로 앞서 있었다. 우승까지 필요한 건 딱 한 점. 그러나 이 점수를 따지 못해 결국 경기를 내줬다. 이날도 불안감이 엄습했던 걸까.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4세트 23-18로 앞선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에게 기를 넣어 주었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깔끔하게 승부를 끝냈다.

승장 이정철 감독은 “어제 신치용 감독(남자부 삼성화재)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고생해’ 이렇게 세 글자로 답변이 왔더라.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서 보낸 문자였을 것이다. 고생이 끝나 행복하다. 3차전에서 패한 게 선수들에게 오히려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며 “비시즌 때 다른 팀보다 1, 2시간은 더 연습시킨 나쁜 감독이었다. 내년에도 ‘악역’을 자처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8월 창단한 막내 구단 기업은행의 이번 통합 우승은 ‘계획된 미래’였다. 기업은행은 창단과 함께 신생팀 우선 지명 기회를 통해 ‘특급 신인’ 김희진(22)과 박정아(20·이상 센터) 등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윤혜숙(30)과 국가대표 리베로 남지연(30)을 GS칼텍스에서 데려오면서 베테랑들을 합류시켰다. 정규리그에서 남지연이 디그 1위(세트당 4.784개), 윤혜숙이 리시브 2위(세트당 2.978개)에 오르며 기업은행의 베테랑 보강은 결실을 봤다.

GS칼텍스는 지난 두 시즌 최하위에서 올 시즌 정규리그 2위로 올라섰지만 끝내 기업은행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특히 신인왕 0순위로 꼽히던 이소영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발목을 다쳐 챔피언결정전에 출장하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다.
▼ 챔프전 MVP 알레시아 ▼
악바리 ‘우크라이나 공주’ “상금으로 저녁 쏘겠다”




그는 3차전이 끝나고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그러나 4차전이 끝나고는 계속 춤을 추며 감독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인터뷰실을 빠져나가는 감독에게 안기듯 뛰어들어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2012∼2013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기업은행의 ‘우크라이나 공주’ 알레시아(사진) 이야기다.

알레시아는 “사실 감독님이 너무 혹독하게 훈련시켜서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우승해 너무 기쁘다”면서 “(3차전에서 지고) 이틀 동안 너무 분해서 잠을 못 잤다. 이제 두 다리 뻗고 푹 자고 싶다”고 MVP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알레시아는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팀 창단 멤버다. 또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그만큼 동료 선수들과의 정도 깊다. 그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잘해 내가 MVP가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며 “상금(500만 원)은 일단 선수들에게 저녁을 한턱 내는 데 쓰겠다. 이건 누가 MVP가 되더라도 지키자고 선수들끼리 했던 약속”이라고 말했다.

구미=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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