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보다 튀면 난감… 그래도 웃기는게 좋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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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완득이로 ‘웃음의 神’ 오른 이정수

뮤지컬 ‘완득이’에서 독특한 포스의 외모에 속사포 랩과 힙합 춤을 추는 신(神)으로 활약하는 이정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완득이’에서 독특한 포스의 외모에 속사포 랩과 힙합 춤을 추는 신(神)으로 활약하는 이정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뮤지컬 ‘완득이’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나온다. 앙드레 김을 연상시키는, 어깨 부위가 유난히 과장된 온통 흰 복장에 턱수염 기른 거구의 험상궂은 ‘하나님’이 양쪽에 섹시한 여자 두 명을 끼고 앙증맞은 표정으로 흥겹게 몸을 흔들고 랩을 흥얼거린다. 그가 나타나면 객석은 뒤집어진다.

뮤지컬 완득이가 탄생시킨 최고의 캐릭터, 그 주인공인 배우 이정수(30)를 공연장인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키 181cm, 몸무게 118kg인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거침없이 비속어를 쏟아냈다.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말에 그는 “주인공이 아닌 배역이 너무 튀면 좋지 않다. (작가나 연출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지한 메시지가 있을 텐데 내가 너무 휘발성 강한 웃음을 주면 안 되지 않아요”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는 체격과 험상궂은 인상 때문에 주로 악역을 맡았다. 2010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칼잡이 자코포, 2011년 연극 ‘됴화만발’의 떠돌이 무사, 지난해 연극 ‘풍찬노숙’에선 혼혈 삼형제 중 막내 부참이 대표적이다.

정작 그에게 꼭 맞는 배역은 이번 작품이 아닐까. 그는 신학대(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를 나와 2007∼2008년 전도사 생활을 했다.

“전도사의 삶이라는 게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그래서 뭐 다른 걸 해볼까 하던 중 배우가 떠올랐죠. 원래 일주일에 뮤지컬 두 편은 보는 뮤지컬 마니아였고, 교회 성극에 출연한 경험도 있었고요.”

2009년 대학로에서 무작정 오디션장을 쫓아다니며 그는 딱 3년만 버텨 보기로 했다. “배우 한다고 큰소리치고 교회를 나왔는데 (못하고 돌아가면) 창피하잖아요.” 그해 10개월간 50여 개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배역을 따낸 건 어린이 뮤지컬 ‘코코몽’뿐이었다. 여기서 그는 표고버섯 머리에 몸은 하마인 ‘두리’ 역을 했다.

그러다 그해 말 극단 김동수 컴퍼니에서 제작한 연극 ‘Hey, 완득이’에서 ‘멀티맨’(1인 다역을 연기)으로 성인극에 데뷔했다.

“신기하죠. 완득이로 데뷔했는데 지금 뮤지컬 완득이를 하고 있으니까요. 연극 땐 1인 다역으로 완득이 옆집 아저씨, 체육관 관장, 완득이 담임교사의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너무 어려 보여 턱수염과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당시 사진을 보니 지금과 달리 평범한 외모였다. 하지만 점점 살이 붙고 수염이 자라면서 ‘캐릭터’가 생기자 출연 제의가 오기 시작했다.

배우생활 시작하면서 약정한 3년이 어느덧 지났다.

“다시 3년 더 버텨 보자는 생각이에요. 전 남을 웃기는 게 좋아요. 그래서 장기적으론 훌륭한 희극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채널A 영상]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이유있는 돌풍


#이정수#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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