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는 물총이 아니야~!

  • 동아경제
  • 입력 2012년 12월 7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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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마스터 정재욱의 즐거운 골프교실]



10여 년간 실전에서 골퍼들과 피팅 상담을 하면서 일관되게 느끼는 점이 있다. 스스로의 드라이버 거리를 상당히 잘못 알고 있거나, 과장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이버 거리가 어느 정도 되십니까?’ 라는 질문에 70대를 넘는 슈퍼 시니어가 아닌 이상은 거의 대부분 200미터 미만으로 나간다고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수 년 전 에피소드가 있다. 재계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인이신데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고 싶은 바람으로 상담을 하게 됐다. 골퍼의 정확한 드라이버 거리를 알게 되면 역으로 헤드스피드를 추정할 수 있고, 또 다른 모든 클럽들의 거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내심 짐작을 하며 드라이버 거리가 어떻게 되냐고 여쭈어 보니 뜻밖에 잘 맞으면 220미터 정도 나간다고 하신다. 220미터의 거리라면 우리나라 LPGA 선수들의 그것과 맞먹는 정도이며, 드라이버의 헤드스피드가 90마일 이상은 나야 가능한 거리다.

인터뷰를 마치고 샷을 분석했다. 그 분의 드라이버 헤드스피드는 놀랍게도 시속 70마일을 넘지 못했다. 시속 70마일은 우리나라 여성골퍼들의 평균 드라이버 헤드스피드이다. 여성 골퍼들이 평균 160미터(약 180야드)정도 드라이버를 보낸다면, 이 분은 160미터도 못 나가야 정상이다. 분석기 상의 거리는 계속 140에서 150미터로 나오는데, 그 분이 민망하실 듯 해서 화면을 아예 못 보시게 필자 쪽으로 돌려 버렸다.


드라이버를 맞춰 가신 다음 필자는 몇 일을 노심초사 했다. 어떠한 마술사라도 그 분의 드라이버를 200미터 이상으로 늘려 드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몇 일 뒤 그 분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며 긴장 했는데, “회장님께서 드라이버 거리가 10미터 이상은 느셨다”고 아주 기뻐하신단다. 그러면 이제 230미터를 날리시게 된 것이다.

일선에서 15년을 골퍼와 상담하고 인터뷰하며 집계한 ‘드라이버 헤드스피드’ 대비 ‘거리’는 대략 아래의 표와 같다. 헤드스피드를 정확히 알면 냉정하게 나의 비거리를 짐작할 수 있다.




혼란을 빚을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피팅 서비스를 받은 일부 골퍼들은 본인의 드라이버 헤드스피드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선 피팅샵들의 샷 분석기가 동일하지 않고 캘리브레이션 되어 있지 않아, 업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의의 행위이겠지만) 센서를 조정하여 헤드스피드를 많이 나오도록 바꿔 놓은 경우도 있다.


정확한 나의 헤드스피드를 알고 있는데 평소 드라이버 거리가 위의 표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는 드라이버의 스펙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로프트가 잘못 선정되었다던지, 샤프트의 강도나 클럽의 총 중량, 또는 길이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한 경우는 적절한 피팅을 통하여 클럽의 스펙을 나에게 맞게 개선하면 헤드스피드에 걸 맞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피팅마스터 정재욱
후지쿠라샤프트코리아 (☏02-548-5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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